[주택업체 ‘레나’ 고공행진]
원격근무 경제 전 지구촌 강타
美 저가 주택시장 최강자 부상

레나(Lennar)’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기업이지만 미국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중 129위에 오른 미국 최대 주택건설업체다. 레나의 사례는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레나는 보통 건설업체와 태생부터 다르다. 1950년대 중반, 당시 23세였던 레너드 밀러(Leonard Miller)가 목재 사업을 하다가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1만 달러를 부동산 부지 42곳에 투자했다. 나중에 기업가 아널드 로젠(Arnold Rosen)이 공동 설립한 마이애미의 작은 건설업체와 합병했다. 레나라는 사명은 레너드의 (Lenn)’과 아널드의 아르(ar)’를 합친 이름이다. 레나는 1971870만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최근 미국에서도 자가 소유 붐이 불고 있다. ‘원격근무 경제가 전 세계를 덮쳤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집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꿔 놓았다. 집은 곧 직장, 체육관, 홈스쿨링 센터, 오락실이 돼야 했다. 이런 현상은 4000억 달러 규모인 미국 단독 주택 건설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주택 시장은 경이로운 강세를 보였다. 이 기간에 주택 매매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18.5%나 증가한 4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막을 내린 부동산 호황 이후 처음이다.

레나는 미국 내 상위 17개 건설업체가 시장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저가주택 분야에서 이미 주요 업체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2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레나는 펜실베이니아와 뉴저지 같은 비교적 비싼 북동부 시장에서도 주택을 짓지만 최고 강점을 지닌 곳은 선벨트 지역이다. 레나의 최대 시장은 플로리다(매출의 28%), 텍사스(18%), 캘리포니아(15%)이며 피닉스와 올랜도, 마이애미, 리버사이드, 라스베이거스, 샬럿, 탬파 등 주요 20개 대도시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달라스와 휴스턴, 오스틴에서는 텍사스를 기반으로 하는 업체 D.R. 호턴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회사가 짓는 주택의 상당수는 여전히 생애 첫 업그레이드 이주 모델로, 마이애미 지역에서는 보통 30만 달러 중반부터 시작한다.

레나는 미국 내 상위 17개 건설업체가 시장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저가주택 분야에서 이미 주요 업체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2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레나는 미국 내 상위 17개 건설업체가 시장의 36%를 점유하고 있는 저가주택 분야에서 이미 주요 업체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225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레나의 저가 시장 전환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의 일부였다. 규모가 더 작고, 더 적은 땅을 차지하고, 저렴한 외장재와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저가 주택을 완공하는 것은 더 넓고, 더 멋진 고급 주택을 짓는 것보다 시간이 절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례로 레나는 일주일에 8채의 저가 주택을 지을 수 있는데, 고급 주택보다 최소 2배는 많은 숫자다.

스튜어트 밀러는 밀레니얼 세대가 결국 그들의 부모와 같은 비율로 주택을 구매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보통은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질 때 교외로 돌아가지 않고 도시로 이주한다고 생각했다우리는 엔트리 레벨 주택의 생산 부족이 역전되고, 밀레니얼 세대가 교외에서 가족을 꾸리고 공원과 뒤뜰을 원할 것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저가 주택은 건설업체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시장의 일부였다라며 공급 부족은 오늘날까지도 엔트리 레벨 주택시장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레나가 거둔 기대 이상의 실적은 2020년 중반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저가 주택들이 여전히 계속 큰 폭으로 늘었지만, 갑자기 고급 주택들이 가장 빠른 가격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3월 중고가 주택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21%라는 놀라운 상승률을 보였으며, ‘고가주택도 18%나 올랐다. 등록된 저가 주택들도 여전히 12~13%의 눈부신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런 이상 현상의 이유는 바로 차익 거래(arbitrage)’ 효과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및 뉴욕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저렴한 부동산을 찾아 올랜도와 새크라멘토, 롤리로 이주하며 물가가 매우 싼 이들 대도시의 주택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우리 중소 건설업체도 레나의 사례를 곰곰히 뜯어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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