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대-중소기업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해 제도적 개선과 공정거래 행정을 집중했다. 하지만 대-중소기업 사이의 경제력 격차와 거래상 지위에서 나오는 구조적 문제는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중소기업이 샌드위치 상황에 놓이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공동행위를 일부 허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제도는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인가제도와 농업협동조합법, 협동조합기본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등에 담합을 배제하는 규정이 도입되어 있다.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사업자가 조직을 구성해서 가맹본부를 상대로 거래조건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있다. 이렇게 담합 규정의 예외를 두는 이유 중 하나는 헌법이 농어업 보호와 중소기업의 보호·육성, 이들의 자조조직을 육성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 인가제도는 지난 10년간 한 건도 인가된 사례가 없다. 사실상 사문화됐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조합의 행위에 담합 규정을 배제하도록 개정돼 2020년 초에 시행됐다. 조합을 통한 중소기업의 공동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개정된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이다. 그리고 조합이 다수의 중소기업을 대표하여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단가를 협의하는 것은 여전히 담합으로 금지된다. 이런 문제는 여전히 시정되지 않았다.

개정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면 다시 담합 규정이 적용되도록 했다. 법에서 소비자의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이때 소비자가 최종소비자인지,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대기업도 소비자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 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비자 이익 침해를 판단하는 기준을 정하면서, 거래 상대방이 대기업인 경우에도 조합이 거래 상대방에게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납품 대금 인상인데 조합이 할 수 없게 정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납품가격을 인상한다고 최종소비자에게 가격이 인상되어 이익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 조합이 조합원들인 다수의 중소기업을 대표하여 대기업과 납품 대금을 협상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다. 이런 경우가 현실적으로 더 필요한 행위이지만 금지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담합을 배제하는 개정 규정은 보완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게 됐다.

우원식 국회의원은 최근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했다. 개정안은 소비자를 소비자보호법상 소비자, 즉 최종소비자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조합이 공동 생산물에 관한 하도급대금 또는 납품 대금을 협의하는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하더라도 담합 규정을 배제하자는 내용이다. 이렇게 개정된다면 기업 간 거래에서 하는 공동행위까지 허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원 대표발의안만으로 부족하다.

조합이 공동으로 소속 중소기업을 대신하여 납품 대금에 관한 협의 조정하는 경우도 담합 규정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조합에 거래 상대방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까지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개정된다면 하도급법 등에 있는 납품 대금 조정 협의제도는 폭넓게 허용되는 조합의 공동행위로 대체되어 실질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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