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 과다, 탈한국 조장
고용유지의무 기간 등도 엄격
창업기업 수준 정부 지원 시급

김희선(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희선(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재 우리나라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1세대 경영진들의 고령화로 기업을 다음 세대로 승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상속세율 그리고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가업승계지원제도가 가진 이용의 불편함으로 인해 기업승계를 준비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의 뜻하지 않은 사업축소나 매각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고, 정부 역시 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현행 기업승계지원제도를 이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요건들이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들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와 가업승계주식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의 과세과액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이다.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적용 요건이 가업상속공제와 동일하며, 최대 100억원까지 20%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업승계지원제도의 운영방식은 기업승계 촉진이라는 정책목적에 비춰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현행 상속세제 자체가 이미 타 국가들에 비해 큰 부담을 초래하는 상황에서 가업승계지원제도의 적용 요건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주로 기인한다.

피상속인의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공제한도를 차등해 적용하고 있는 국가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적용요건도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가령 피상속인의 요건의 경우 독일과 일본은 기간 제한 없이 각각 25%, 50%의 주식만 보유하면 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가업영위기간 10, 기간 중 50% 이상 대표자 종사, 50% 이상 주식보유 이 모두를 충족해야한다.

상속 후 고용 유지의무 기간 역시 독일과 일본은 5년간 80%를 유지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7년간 고용유지 하한 80%와 고용유지 평균 100%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게다가 업종유지 요건이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러한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기업승계를 고민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제도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가업승계지원제도가 기본적으로 징벌적 속성이 강한 상속 및 증여세제의 틀속에서 특례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동시에 부의 집중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이용자 편의적으로 설계·운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아울러 승계대상이 가업(家業)이어야 한다는 제약적인 요건 역시, 최근 CEO 고령화, 후계자 부재 등으로 인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조세혜택을 제공해 해외 자국기업들을 국내로 다시 유치함으로써 산업주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중이다. 그리고 실제로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그에 따른 성과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오히려 기업들의 해외 이탈이 점점 심화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은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승계 문제는 국가 산업기반 유지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기업의 승계 실패는 기업이 가진 유무형적 자산과 국내 일자리 상실로 이어진다. 때문에 정부는 우선 기존 가업승계제도 개선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히 가업승계라는 인식적 틀을 벗어나 기업승계라는 관점에서의 포괄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중소기업 승계문제를 단순히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제2의 창업으로 바라보는 획기적인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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