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스페인 출신의 건축가 가우디는 1852년 까딸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 레우스에서 태어난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해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았고 외로웠던 그의 유일한 친구는 지중해의 자연이었다. 덕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게 됐고, 꽃과 나무 등 사물의 형태나 움직임을 관찰했다.

관찰력은 상상력으로 발전하고 다시 상상력은 그가 성인이 된 이후 건축한 작품의 세밀함 속에서 표현됐다. 대장장이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그는 16세에 건축 공부를 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간다. 당시 바르셀로나에는 중세 시대와 근대의 건축물이 공존하고 있었고, 가우디는 여기에 자신의 상상에 있는 자연을 담아내며 역작의 건축물들을 만들어 낸다.

가우디는 자신의 작품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 중의 하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지하묘지에 묻혀 있다. 가우디는 무려 40여년을 성당 공사에 매진했고, 19266월 전차에 치여 74세의 나이로 숨지면서 성당은 미완성작으로 남겨진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후 후세 건축가들이 이어서 성당 건축을 맡고 있으며, 파밀리아 성당은 2005년에 미완성작 중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다.

파밀리아 성당에 비견할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모든 미완성이 하자는 아니다. 어떤 도급계약 이행의 결과가 미완성인지 하자인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건물신축 공사에 있어, 공사가 도중에 중단돼 예정된 공정을 종료하지 못한 경우에는 미완성된 것으로 보지만 당초 예정된 공정을 종료하고 그 주요 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돼 사회통념상 건물로서 완성되고 다만 일부분의 보수가 필요한 경우에는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본다.

법원은 위와 같은 미완성과 하자의 구별은 공공계약상 지체책임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A는 발주기관 B와 제조물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계약목적물을 B에게 납품했다. 그러던 중 납품을 앞둔 제품의 세부부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고 B는 이미 공급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검증이 끝날 때까지 납품중단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발생한 납품 지체는 A의 책임에 의한 것이라며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검증 결과 이물질의 원인은 도장공정 과정에서 제대로 이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단순 과실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제품의 구조적 결함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불량이나 과실인 경우에는 목적물의 미완성이 아니라 하자라고 보는 것이 맞으며, A가 납품하려던 계약 목적물이 당초 예정된 공정을 모두 종료하고 주요 구조부분도 약정된 대로 제작돼 사회통념상 계약이행이 완성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 부과가 아닌 하자보수약정에 따라 해결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발주기관의 입장에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품질관리를 강화하려는 지시나 요구가 반드시 부당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납품 중단이나 수령 거부의 조치를 취하고 해당 기간에 대해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리성이나 필요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보면서, 발주기관 B가 부과한 지체상금 전부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계약 이행의 과정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발주자는 그에 상응해 시정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계약이행 중에 발생한 결함 모두가 미완성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을, 성급히 행한 납품 중단과 계약의 지연이 역으로 발주자의 과실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가우디 건축물의 미완성은 완성보다 더한 가치로 평가된다. 계약의 미완성을 가우디의 건축물에 견줄 것은 아니지만 다른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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