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산림욕 ‘4색 명소’
어느 숲길 걸어도 치유의 공간
바쁜 일상 내려놓고 안식 만끽
운치는 기본, 입호강까지 선사

울창한 숲은 여름의 선물이다. 작열하는 태양도 여름 숲에서는 제 힘을 다하지 못한다. 아름드리 나무숲 사이를 걷다 마주하는 솔바람은 청정 에어컨이 따로 없다. 온몸을 씻어주는 듯한 피톤치드와 이따금 들려오는 청아한 산새소리는 힐링이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더욱이 올 여름은 인파로 북적이는 바다보다 키 큰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그야말로 짙푸른 숲이 주는 치유가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한 여름도 비껴간다는 청정 숲에서 맑은 숨 쉬었다 갈 수 있는 숲캉스 명소가 여기 있다.

 

500년 넘게 이어진 치유의 숲, 포천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

울창한 녹음에 눈이 번쩍 뜨이고 이름도 정겨운 들꽃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숲이 있다.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이다. 1987년 광릉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광릉숲은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550년 동안 생태적으로 잘 보존돼 온 자연림이다.

전 세계 온대 북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온대 활엽수 극상림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 종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크낙새를 비롯한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서식하는데, 2010년에는 생물의 다양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해 전문전시원과 산림박물관, 전나무 숲길, 숲생태관찰로와 육림호로 이어지는 국립수목원의 핫 플레이스는 단연 전나무 숲이다. 1927년 월정사에서 전나무 씨앗을 가져다 키운 묘목이 까마득한 하늘 높이로 자랐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인 여름 한낮에 이 전나무 숲을 걸으면 최고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이 즐겨 찾는 숲생태관찰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을만한 데크가 조성된 곳이다.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숲바람을 느끼며 호젓이 걷기 좋다. 구불구불한 데크를 따라 걷다 마주치는 들꽃 군락은 덤이다.

 

빌딩숲 속 호젓한 사색의 공간, 봉은사 숲길

높은 곳에서 바라본 봉은사 전경
높은 곳에서 바라본 봉은사 전경

서울에는 세계 어느 대도시를 다녀봐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크고 작은 산들이 도시 곳곳에 솟아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시민들은 종종 가까운 산과 숲을 찾아 일상의 가쁜 숨을 고르기도 한다.

조용히 사색과 산림욕을 즐기기에 그만인 봉은사 숲길은 아이러니하게도 강남 삼성동의 빌딩숲 사이에 위치해 있다. 봉은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저 지하철역 이름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봉은사와 봉은사 숲길은 인근 주민은 물론 직장인들에게 강남의 삭막함 속에서 잠시나마의 평화를 느끼게 해주는 둘도 없는 치유의 공간이다.

신라 원성왕 10년인 794년에 처음 지어진 천년 고찰 봉은사는 그동안 도심 속 허파 역할을 자임하며 사찰 숲 조성에 힘 써왔다. 올해에는 강남구청과 함께 새롭게 조성한 1.1km 구간의 천년고찰 명상길을 선보일 예정이다. 흙길이었던 기존 산책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마사토를 깔고, 휴게 데크와 돌계단 등을 설치한다. 또 잣나무와 대나무, 소나무 등을 식재한 화단과 함께 시민들의 휴식처로 벤치와 음수대도 갖출 계획이다. 새로 조성될 명상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봉은사 신자는 물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올 여름이 가기 전, 스님이 참선을 잠시 쉬고 포행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듯,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사찰 숲길을 거닐며 안식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대나무숲 사이에서 즐기는 닭구이, 대숲골농원

대숲골농원의 대나무숲
대숲골농원의 대나무숲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지만, 대숲의 절경과 맛있는 음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전남 순천의 대숲골농원이다. 일명 대나무 숲을 품은 닭구이로 유명하다. 높이 솟은 대나무숲을 등지고 숯불에 바삭노릇하게 구워 먹는 닭구이 맛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싶지만, 껍질까지 맛있는 숯불닭구이는 기본. 닭구이를 시키면 뜨끗한 닭죽 한그릇을 주는데, 이열치열 땀 흘리며 먹는 이 닭죽 맛이 매력적이다. 여름철 원기를 회복시켜줄 백숙과 닭볶음탕에 생삼겹까지 취향껏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지역 맛집에서 전국 맛집으로 거듭난 대숲골농원은 몇달 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오픈했다. 대나무숲과 너른 잔디밭을 바라보며 실내에서 쾌적하게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건물을 새단장하고 카페를 비롯해 산책로 곳곳에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이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대숲골농원의 숲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특유의 옛스럽고 투박한 분위기가 사라져 아쉽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국내에 빽빽한 대나무숲 풍경을 반찬삼아 닭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대숲골농원이 유일무이하다는 점이다.

 

숲캉스에 최적화된 신상 호텔, 레스트리 리솜

레스트리 리솜의 브이탑 스파
레스트리 리솜의 브이탑 스파

충북 제천의 레스트리 리솜은 요즘 떠오르는 핫한 웰니스 리조트. 150년 원시숲에 둘러싸인 호텔형 리조트로 어느 객실에서나 광활한 원시림을 마주할 수 있는, 그야말로 숲캉스에 최적화된 호텔이다. 자연을 모티브로한 우드톤 객실과 통창을 가득 채운 여름 숲의 녹음이 어우러져 더없이 안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온종일 객실에 머물러도 부족함이 없지만 레스트리 리솜에 가면 꼭 경험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해브나인 스파가 그 중 하나. 해브나인 스파는 일명 국내 인생스파존으로 불리는 인피니티 풀과 프라이빗 스톤스파, 브이탑 스파로 유명하다. 원시자연을 파노라마로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은 국내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인피니티 풀로 이름 난 제주 히든클리프 호텔에 대적할 만하다. 커다란 돌을 깎고 속을 파내어 만든 프라이빗 스톤스파는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스파다.

마치 나뭇가지 위 새둥지에 앉아 있는 것 같은 포근함과 운치를 선사한다.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숲 뷰를 따뜻한 물에서 감상할 수 있는 브이탑 스파 또한 제대로 숲멍하기에 좋다. 그저 데이베드에 누워 사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된다. 체크아웃 후에는 인근 배론성지, 청풍호반케이블카, 의림지 등의 유명 관광명소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레스트리 리솜 홈페이지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