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병일 맥아당제과대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실제 모델
계절·날씨 따라 반죽방법 차별화

문화유산인 직지활자가 모티브
백년가게에 선정·해외판로 개척

본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창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자영업자의 위기극복 사례를 담아 사업 노하우를 제공하고자 한다.

먹여주고 재워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어요. 1년 넘게 무보수로 일하고 그 후부터 월급 5000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당시 저에게는 큰돈이었어요. 풍년제과에서 3~4년 일을 배우고 선배를 따라 부산에도 갔다가 서울로 올라와 한국제과고등기술학교를 수료했습니다. 서울 3대 베이커리로 꼽히던 나폴레옹제과점에서 1년 남짓 일하다 풍년제과 부공장장으로 다시 전주에 내려와 첫 창업까지 이루게 됐죠.”

맥아당제과의 나병일 대표가 직지글빵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
맥아당제과의 나병일 대표가 직지글빵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

숨 고를 틈 없이 달려온 시간, 전주 송천초등학교 앞에 드디어 자신만의 가게인 송천제과를 오픈한 나이가 고작 스무 살. 나병일 대표가 10대 시절을 얼마나 치열하게 달려왔는지, 맨몸으로 얼마나 성실하게 단련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첫 창업은 시작에 불과했다. 서울로 올라와 사당동에 크리스탈제과를 창업하고, 가족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당시 유행이던 비디오대여점에 잠시 발을 담갔다.

청주로 자리를 옮겨 만난 것이 지금의 맥아당제과다. 그의 치열한 삶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모델이 되고 실제 대역으로 함께하기도 했다. 유명세에 기댈 수도 있었지만 나병일 대표는 오히려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신만의 빵을 개발하는 기회로 삼았다.

충주를 대표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직지글빵은 나병일 대표의 꿋꿋한 자존심으로, 지역사회와 우리 문화를 향한 애정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배달서비스와 안정적 판로협업

전주에서 첫 가게를 열 때는 전기구이 가게를 무작정 인수했어요. 이미 있는 설비를 어쩌지 못해 빵집과 통닭 전기구이를 함께하기로 했죠

세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직지’를 모티브로 한 직지글빵
세계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 ‘직지’를 모티브로 한 직지글빵

나병일 대표는 여러 차례의 창업을 거쳐 현재의 맥아당제과에 안착했다. 처음 전주에서는 전기구이 가게를 인수해 어쩔 수없이 빵과 통닭 전기구이를 함께 팔았다. 이후 1993년 청주의 맥아당제과를 인수했지만 빵과 우동과 쫄면을 함께 팔아야했다.

당시 청주는 빵집에서 우동과 쫄면을 같이 파는 것이 유행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은 우동과 쫄면을 함께 팔면서 제과점을 유지해나갔으나,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위기를 맞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나 대표가 터미널이 이전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 제과점을 살리기 위해 찾은 대안은 학교급식이었다. 맥아당제과 옆에 제조업 허가를 얻어 안정적으로 급식 납품을 했다. 또한 꽃, 케이크, 반지를 선물 세트로 구성해서 배달하는 서비스와 협업해 케이크의 안정적인 판로도 뚫었다. 이처럼 나 대표는 위기의 순간마다 새로운 판로 개척을 통해 제과점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빵의 기본은 반죽이거든요. 지금도 매일 새벽 3~4시에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반죽을 직접 만듭니다.”

나 대표는 40년 동안 기본에 충실하자는 자세가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빵의 반죽은 계절이나 날씨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반죽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료의 준비도 신경써야 한다. 기온이 높은 여름에는 얼음을 넣고, 겨울에는 미지근한 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하며 보이지 않는 기본과정을 충실히 수행해야만 빵 맛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 직지를 담은 직지글빵

천안하면 호두과자, 경주하면 황남빵이 떠오르듯 청주를 대표할 수 있는 빵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는 청주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이다. 이를 담은 직지글빵은 직지 활자를 모티브로 정사각형 모양의 빵에 청주직지直指라는 글씨가 하나씩 새겨져있다. 우리밀과 유기농 보리쌀 반죽에 미숫가루를 넣어 고소하고 팥소와 호두를 넣어 글자 모양을 살려 찍어냈다.

청주에 있는 맥아당제과
청주에 있는 맥아당제과

나 대표는 청주 직지의 날에 직지가 1377년 간행된 날을 기념해 시민들에게 1377개의 빵을 증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직지글빵외에도 청원생명쌀빵을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개발해 저소득층 지원 사업이나 재난 피해가 있을 때 빵을 만들어 기부하는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나 대표는 미래에 제과·제빵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주변 상권과 환경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빵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카페와 접목한 베이커리 카페의 성장성을 주목하며, 주변 환경에 따라 확장성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맥아당제과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 선정됐으며, 중국과 베트남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며 다양한 수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 제공 : 노란우산 희망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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