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에 투자 추진… 中企 판로확대 기대감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글로벌 톱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름 없던 부품 기업이었던 ASML은 현재 시가총액 2850억 달러를 넘는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ISI대부분 사람들이 ASML이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ASML은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활용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초소형 회로 선폭을 새기는 노광 공정에 쓰는 장비다. 보다 많은 기능을 실리콘 위에 탑재할 수 있다. 수십년 개발 과정을 거쳐 2017년 양산체제를 갖췄다. 대당 가격은 15000만달러를 넘는다. 7나노·5나노 등 초미세공정 반도체 기술 개발은 EUV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ASML이 유일한 장비 제조사이기 때문이다.

ASML의 성공은 합작투자의 결과다. 1984년 필립스와 장비제조사 ASMI가 합작해 ASM리소그래피(ASML)를 만들었다. 리소그래피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기술이다. 빛으로 촬영한 수지를 칩 표면에 고정한 뒤 화학 처리한다. 핵심은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해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ASML은 이 장비의 최대 공급기업이 됐다.

ASML1997년 극자외선(EUV) 관련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리소그래피보다 훨씬 작은 회로를 만들 수 있는 초단파다. ASMLEUV에 기반한 리소그래피 장비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1990년대 말부터 80억달러를 투자했다.

개발과정은 글로벌 협력으로 이뤄졌다. ASML은 독일산 거울을 장착한 기계, 레이저로 주석 얼룩을 날리는 미국산 하드웨어, 일본산 화학물과 부품을 조립해 장비를 만든다. 페테르 베닝크 ASML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창업 초기 돈이 없었다. 때문에 특수한 공급업체들이 가진 혁신제품을 통합했다. 이는 집단적 지식네트워크였다. 다른 사람이 더 잘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승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7년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TSMC 등 전 세계 고객사들은 약 100대 정도의 ASML EUV 장비를 구매했다. TSMC는 이 장비를 활용해 애플 최신형 아이폰의 프로세서를 만든다. 인텔과 IBM‘EUV는 반도체 사업에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IBM은 이 장비를 인류가 만든 기계 중 가장 정교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ASML을 방문했다. 누가 EUV 장비를 많이 확보하느냐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한다. 글로벌 메모리 강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파운드리 세계 1위 대만 TSMC도 앞다퉈 구매할 정도다. 벌써 올해와 내년 주문예약까지 꽉 찼다고 한다. 작년 이재용 부회장의 ASML 방문 이후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네덜란드로부터 EUV를 포함, 3조원 이상 반도체 장비를 샀다.

ASML 장비는 반도체 칩 공급망에 있어서 요충지다. 이 장비는 미국, 독일, 일본의 기술과 부품이 쓰인다. 뉴욕타임즈는 “ ASML 사례는 글로벌 공급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나라들에게 냉혹한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전했다. ASML 기술은 글로벌 교역이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처럼 대단한 ASML이 우리나라 경기도 화성에 2400억 원을 들여 첨단 극자외선(EUV)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다. ASML은 오는 2025년까지 총 2400억원을 투자하고 300명을 채용해 노광기 관련 트레이닝 센터와 재제조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ASML이 화성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ASML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 ASML이 트레이닝 센터를 세워 장비 전문 인력을 양성하면 국내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다. 반도체 부품과 관련된 기계, 광학, 화학 업종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지 모른다. 발빠르게 움직여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올라탈 수 있는 국내 중소기업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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