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입지 좁아진 이커머스 1세대

국내 이커머스 1세대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선두업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쫓아간 선두업체들은 더욱 거센 투자와 인수로 외연 확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불렸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실적 부진을 견디지 못하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 13일 인터파크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최근 이커머스 1세대로 불렸던 이베이가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된 데 이은 두 번째 이커머스 대형 매물이다. LG유플러스 사내 벤처로 출발해 19966월 처음으로 국내 온라인 쇼핑 사업을 시작했던 인터파크는 공연·여행 티켓 예매가 주력 분야였다.

인터파크가 매각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타격 외에도 최근 이커머스 시장 재편으로 경쟁이 심화된 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파크는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이기형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8.41%. 인터파크가 매물로 나오면서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성장세를 키워온 11번가와 티몬, 위메프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티몬은 영업손실이 2019763억원에서 지난해 63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512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13.9% 급감했다. 실적 부진에도 티몬은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하반기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국내 이커머스 1세대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쫓아간 선두업체들은 더욱 거센 투자와 인수로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5월에는 하이브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상장 경험을 갖고 있던 전인천 대표를 영입했다. 이에 따라 티몬이 상장에 적극적인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 티몬은 영상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피키캐스트의 운영사인 아트리즈를 인수하고 창업자인 장윤석 대표를 지난달 공동대표로 영입했다.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 선보였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티비온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티몬은 최근 신사업 진출과 함께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올해 4월부터 배송지를 설정해 상품을 주문하면 지역 거점 슈퍼마켓에서 3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인 슈퍼마트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의 기대감과 달리 전인천 대표는 선임 한달만에 지난달 15일 등기이사직에서 돌연 사임했다. 티몬 측은 등기이사직을 내려놨을 뿐 여전히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IPO 추진은 변함없다라고 해명했다.

위메프는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위메프는 올해 29년 만에 하송 신임 대표로 수장을 교체한 후 서비스별로 특화된 버티컬 커머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는 만큼 종합 커머스 모델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는 충성 고객 확보를 위한 ‘VIP 클럽을 도입했다. 타 기업들이 월 회비를 받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은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매월 구매 횟수 5회 이상이거나 결제금액이 30만원 이상을 기록하면 자동으로 VIP 회원이 될 수 있다. 위메프는 올해 4월에는 판매자들을 위해 업계 최저 수준인 2.9%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출범한 11번가는 2018SK텔레콤에서 분사한 뒤 새 출발 토대를 닦고 있다. 하지만 11번가 역시 경쟁업체가 늘면서 고전 중이다. SK텔레콤 IR 자료에 따르면 11번가의 2018년 매출액은 6744억 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530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456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86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19년에는 14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지난해 다시 98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됐다.

회사 측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의 협업을 반전 카드로 꺼내들었다. 양사의 협업이 구체화되면 소비자들은 11번가 플랫폼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와 아마존은 올해 하반기 본격적인 사업을 론칭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아마존과의 협업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무대를 넓히고, 국내 판매자들에게도 해외 진출 발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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