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는 질적 경제성장을 위해 대표 수출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른바 스타 수출기업 육성 정책이다. 이 정책의 최대 수혜 기업은 빈그룹(Vin Group)’이다.

빈그룹은 20179월 자동차를 생산할 자회사 빈패스트(VinFast)’를 설립했다. 빈패스트는 1년 반 만에 베트남 하이퐁 지역에 생산공장을 완공해 2019년 초부터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빈패스트는 외제차 중심이었던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지난해 빈패스트는 베트남에서 자동차 315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도요타, 기아차, 마쓰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수치다. 빈패스트는 특히 중형 세단(84%)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93%) 부문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24일에는 베트남 최초 전기 양산차인 ‘VF31’을 발표하는 등 신규 시장 진입도 계획 중이다. 현재 빈패스트는 호주와 독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빈패스트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2022년 미국에 생산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빈패스트는 내년부터 미국에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모델 2개를 미국에 선보이고 연간 판매량 45000대를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빈패스트 미국지사 제레미 스나이더 최고성장책임자(CGO)는 해외 언론과 인터뷰에서 빈패스트의 검증된 연구 및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스마트 전기자동차는 오늘날 미국 주요 브랜드 제조사들과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빈패스트가 전기자동차 부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빈패스트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시장 5개 도시에 지점을 세웠다. 빈패스트는 이들 시장을 자사 성장의 핵심시장으로 여기고 테슬라, BMW, 포르쉐, 도요타, 닛산 등 세계 자동차 기업 전문가들을 영입해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빈패스트의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빈패스트가 전기차에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 특히 배터리와 전자 부품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중소 상생모델을 해외진출로 확대해 나가면 좋은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

특히 지난 20193월 한국-베트남 정상회담에서 2023년까지 양국 교역규모 목표를 1000억 달러로 제시한 만큼, 앞으로도 양국 기업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두 나라의 교역규모는 1992년 수교 당시 49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무려 139배 증가한 68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제 한국에게 베트남은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네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베트남에게 한국은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상대국이 됐다.

빈패스트는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상장 후 최소 500억 달러(55조 원)의 기업가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빈패스트의 성장은 현대차 성공 스토리의 베트남판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는 1970포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현대차는 포니가 국산 기술로 만든 최초의 자동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애국 마케팅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다. 현대차는 탄탄한 내수 수요층을 확보한 이후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빈패스트는 이런 현대차의 성공 스토리를 철저히 분석해 따라가고 있다. 앞으로 빈패스트의 글로벌 약진이 분명해 보인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빈패스트의 성공을 눈여겨 지켜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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