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일(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
채현일(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

참나무 본가, 육가(肉家), 사쿠란보(さくらんぼ).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판들이다. 주요 메뉴도 다르고 식당 분위기도 다른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영등포구청 근처에서 영업을 하다 최근 문을 닫거나 닫을 예정인 식당이라는 것. 구청 근처는 구청뿐 아니라 대기업 콜센터를 비롯해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여 있어 영등포구 내에서도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최근 간판을 새로 달거나 아예 내린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생각보다 깊고 큰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자영업자의 절대 다수는 IMF 시절보다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45명 중 1477(95.6%)이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 비율도 53.1%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매출이 반 토막 난 업체도 수두룩하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역을 다니다 보면 코로나19로 힘들다는 분들이 부지기수다. 필자를 붙잡고 한참 동안 부채가 늘어났다거나, 종업원을 줄였다며 탄식을 하는 분들이 많다. 심지어 견디다 못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들도 가끔 볼 수 있다.

자영업의 위기는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위협이다. 자영업이 전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4.6%. 미국(6.1%), 일본(10%), 독일(9.6%) 등 외국과 비교했을 때 아주 높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개수만 더해도 230만여 개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자영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의 레드오션을 마주하고 있었다.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길어진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33000억원의 희망회복자금과 향후 발생할 손해에 대해 보상금으로 6000억원을 편성했다. 국회 논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도 적극 협조하는 모양이다. 지난 1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앞으로 발생할 손실 보상의 근거가 마련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소급 적용 여부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한 발 더 나아간 것은 분명하다.

지방 정부 또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주시의 착한 임대인 운동을 비롯해 진주시의 경영 환경 개선비 지원, 이천시의 상수도 요금 감면 등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정책적 상상력을 동원해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영등포구 역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환경개선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 물품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해 1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먼저 노란우산 공제 지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곳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입을 망설이던 자영업자들의 가입이 차곡차곡 늘어나고 있다.

지역 상품권도 골목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절약부터 지역 소비 촉진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영등포사랑상품권이 가장 많이 쓰인 곳 1(17.4%)가 음식점이었다. 종합 소매업과 일반 교습학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350억원을 발행했으며, 올해는 50억원 늘려 400억원을 발행한다. 서울시 자치구 중 2위의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들린 지 오래다. 최근 수도권에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얼마나 많은 손해가 발생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현재 우리가 공감하는 시대정신이자,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있어 의무라 할 수 있다. 자영업자들을 덮친 불황의 쓰나미가 모두를 휩쓸기 전 보다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까지 모두가 방파제가 돼야 한다.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는 순간 모두가 위태로워 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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