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농법·인공첨가물 제로
주류업계 새 주류로 자리매김
개성 강한 레이블, 눈호강 톡톡
고정관념 깬 음식궁합도 매력

불과 몇년 전만해도 여름 와인하면 상큼한 디저트 와인이나 청량한 스파클링 와인부터 떠올렸다. 내추럴 와인을 맛본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여름을 닮은 역동적인 레이블과 톡톡 튀는 향미의 내추럴 와인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요즘 가장 트렌디한 술이어서 그렇다 하기엔 스스로 한번도 정의내려 본 적 없는 내추럴 와인의 매력들이 기포 터지듯 떠오른다. 도대체 이 와인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특별한 공식이나 마리아쥬 없이 어느 자리에서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은 특히 여름에 더 잘 어울린다.
특별한 공식이나 마리아쥬 없이 어느 자리에서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은 특히 여름에 더 잘 어울린다.

내추럴 와인은 말 그대로 천연 와인을 뜻한다. 포도 재배와 발효 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의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품질 향상을 위해 화학 비료와 효모를 사용하고, 인공적인 기술을 이용해 맛을 극대화한 컨벤셔널 와인(conventional wine)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내추럴 와인에 쓰이는 포도는 유기농(organic) 또는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농법으로 경작한다. 여기서 바이오다이나믹이란 쉽게 말해 재래식 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 경작법에서 한층 나아간 방식으로, 음력에 따라 스케줄을 조정하고 비료를 포함한 경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재래식으로 경작하는 농법이다. 내추럴 와인은 이같은 방법으로 재배한 포도만을 사용한다.

때문에 내추럴 와인과 유기농 와인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과 유기농 와인은 또 다르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등의 친환경·재래식 농법으로 경작한 포도를 사용한다. 양조 과정에서까지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 점에서 유기농 와인과 차이를 보인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등의 친환경·재래식 농법으로 경작한 포도를 사용한다. 양조 과정에서까지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 점에서 유기농 와인과 차이를 보인다.

유기농 와인은 유기농 포도를 주원료로 하지만 양조 과정에서는 기존의 컨벤셔널 와인과 같이 배양효모를 비롯한 첨가물을 사용한다. 이와는 달리 내추럴 와인은 양조 과정까지도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 한다.

가령 포도와 효모 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한 필터링을 따로 하지 않고, 발효를 위한 이스트나 산화방지 작용을 하는 아황산염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는 것이다.

종합하면 내추럴 와인이란, 친환경 및 재래식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해 인위적인 첨가물 또는 행위 없이 만든 와인이라 하겠다. 물론 과도한 산화를 막기 위해 극소량의 아황산염을 첨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내추럴 와인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자리잡은 친환경’, ‘지속가능한 라이프 스타일등과 맞물려 점점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중이다. 내추럴 와인이라는 장르가 국내에 막 소개되기 시작한 6~7년 전에는 소위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강남 일대 지역의 레스토랑에서만 극히 드물게 판매되었다. 3~4년 전부터는 내추럴 와인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와인바와 보틀숍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한 상권의 레스토랑이면 내추럴 와인 리스트 몇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컨벤셔널 와인을 주로 취급하던 와인 보틀숍에서도 내추럴 와인의 종류를 계속해서 늘려가는 추세다.

하지만 이것도 과거의 이야기다. 이제는 한남동, 연남동, 청담동, 성수동에 가지 않고도 동네에서 내추럴 와인숍 한 군데 쯤은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동네에 하나씩 있는 유기농 식료품 마트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내추럴 와인 시장이 더욱 견고하게 한국 주류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내추럴 와인의 인기를 친환경 이슈에서만 찾으면 서운하다. 친환경 재배 및 양조에 따른 희소성 및 스토리텔링 등 내추럴 와인의 매력 포인트는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 만큼이나 다양하다.

내추럴 와인은 마시기 전, 눈부터 즐겁다. 와인의 특성이나 생산자 캐릭터를 반영하는 다채롭고 독특한 레이블은 내추럴 와인의 상징과도 같다. 내추럴 와인이 이미지 중심의 SNS에서 더욱 인기를 구가하는 데에도 개성 강한 레이블이 큰 몫을 한다. 때문에 많은 와이너리들이 레이블 제작에 노력을 기울인다.

예술가와 협업하거나 그림 대회를 열어 수상작을 넣는 등 공들여 만든 레이블은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다. 포도 찌꺼기를 제거하지 않아 나타나는 탁한 빛도 새롭다.

내추럴 와인의 레이블은 독특한 맛 만큼이나 개성 강한 그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추럴 와인의 레이블은 독특한 맛 만큼이나 개성 강한 그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흔히들 내추럴 와인의 맛을 두고 호불호가 강한 맛이라고 평한다. 불쑥 튀어나오는 산미와 두드러지는 과실향, 쿰쿰한 발효향이 꽤나 직설적으로 느껴진다. 흙향과도 같은 자연의 향이 여과없이 퍼지기도 한다. 동치미의 시큼털털한 감칠맛에도 호불호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마니아틱한 맛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직설적이다 못해 생동감까지 느껴지는 그 맛을 알고 나면 마니아를 자처할 정도로 대체 불가한 매력을 지닌 것이 내추럴 와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와인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요소다. 물론 지식과 감각을 총동원해 맛의 진가를 찾아내는 것이 와인의 묘미라면 묘미겠지만, 내추럴 와인의 경우 섬세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맛에 흥미를 느끼기 충분하다.

와인의 생산지나 품종, 생산자나 타닌, 바디감, 밸런스 등 와인을 어렵게 생각하게 했던 요소들이 내추럴 와인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가령, 지나치케 산미나 쿰쿰한 효모의 향이 강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정말로 잘못 만들어진 와인일 가능성이 크다. 애써 그 맛과 생산 과정 등을 이해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곁들이는 음식 또한 제한이 없다. 음식이 와인의 향미를 해치지 않아야 하거나, 와인이 음식의 풍미를 살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내추럴 와인은 오히려 매운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톡 쏘는 산미가 마치 식초 한 방울을 넣어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나름의 이유를 떠올려 본다. 내추럴 와인바에서는 떡볶이와 같은, 기존 와인과는 상상도 못했을 페어링의 음식을 파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첨가물을 넣지 않았기에 숙취가 덜하다는 점은 옵션이다. 숙취가 있다 해도 마셔볼 이유가 다분하다.

최근 주류 시장에는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한 수제 맥주,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탄생시킨 전통주 등 특색 있는 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추럴 와인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건 와인이라는 전통 장르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행보, 친환경 재배·재조를 통해 얻은 생동감 넘치는 향과 맛, 올바르고 건강한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철학이 그 깊이를 더하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더욱이 긴장의 연속으로 자연스러운 보통의 일상이 간절한 요즘, 빳빳하게 뭉친 심신을 잠시 내려놓고 그야말로 내추럴하게 즐기기에 이만한 술이 없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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