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칼럼니스트
김광훈 칼럼니스트

30대들의 영끌부동산 투자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이를 무모한 투자로 규정하는 전문가나 당국의 조언이 인터넷 뉴스에 넘쳐나도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부동산 가격이란 언제든 하락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학습 효과를 통해 집단 지능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니 그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무조건 말릴 수만도 없다. 최근에 미국 NBC 뉴스에서 변호사와 교사인 맞벌이 부부가 주거환경과 자녀 교육시키기에 좋아 샌프란시스코에 계속 살고 싶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월세를 감당하기 버거워 오리건 주로 이주하겠다는 인터뷰를 봤다. 선진국이 된다는 건 역설적으로 삶이 더 팍팍해지고 일상은 핍진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전 직장에서 소녀 가장이었던 직원이 근검절약해 서울에 집을 장만한 일을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직원들에 홍보한 적이 있었다. 새로운 직장에도 비슷한 직원들이 있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고객의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 지시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수 없이 납품해 고객을 매번 감동시키곤 했다. 심지어 고객의 실수를 잡아낸 적도 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스타트업이었던 고객사는 더 큰 대기업에 인수되는 소위 엑싯(exit)에 성공해 지금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싱글 맘이었던 그녀는 신도시에 집도 마련하고 자녀도 출가시켰으며, 정년을 맞이한 후에는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아 전 직장의 협력업체에 현장 관리 직원으로 지금도 근무 중이다.

이제는 폭등한 아파트 값 때문에 이런 작은 신화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맞벌이에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들이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수도권은 물론 서울 외곽에도 가능한 곳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예전에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보통 집값의 10%,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니면 5%만 있으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거듭된 정책의 실패가 유례없는 집값 폭등의 기폭제가 됐는지는 전문가가 아니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잘못된 제도나 결정은 개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블랙 스완이 될 수 있다. 우린 역사에서 그 사례를 수 없이 보아왔다.

중국은 1955년에 곡식과 과일을 마구 먹어 치우는 참새를 4대 해악 중 하나로 규정하고 2년간 박멸에 전력투구한 결과 거의 멸종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참새가 잡아먹던 해충이 창궐해 곡물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해 1959~61년 대기근의 단초가 됐고 결국 생태계의 붕괴로 3000만 명이 사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진국이라고 모든 제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 피해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예전에 미국 정부가 고가의 귀금속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더니 부자들이 제품을 사지 않아 귀금속을 가공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량 실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책 시행에 따른 파급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임기응변이나 땜질 식 처방을 계속 내놓으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요즘 근로 관련 제도 시행 등에도 이런 정책적 결함은 없는지, 현장의 목소리나 관련 업계의 실태를 충분히 확인하고 시행하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미국 뉴욕 등 동부에 있는 SNS친구들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유명 레스토랑에서 다들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장면이 많다. 다른 모임도 자유롭다. 비행기 여행도 예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보복 소비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초기의 일부 예상과 달리 대기업들은 코로나의 직격탄에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고 업종에 따라서는 최고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가장 타격을 받은 주체는 역시 극한의 인내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전시처럼 버티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이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 우리도 일상을 완전히 회복하는 날을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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