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는 지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해신 촬영지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여행객 덕분에 봄날이 된 그곳. 봄볕에 녹아 입 찢어지게 하품만 하지 말고 자리를 훌훌 털고 그곳으로 달려가 보자. 전남 완도 땅에도 봄 향이 흠씬 공중을 배회하고 있다.
그동안 완도는 워낙 외지로 떨어진데다 특별히 내세울 관광지가 없어 보길도 가는 길목에 점만 찍던 곳으로 통했다. 그런 완도가 지금은 드라마 덕분에 메인 여행지가 되었다. 매스컴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완도에서도 해신 촬영 세트장이 지어진 곳은 두 군데.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와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세트장 “청해진포구마을”이다. 날림으로 대충 짓던 여느 세트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세워져 향후에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될 전망이다.
완도여행은 완도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바닷바람에도 봄 향기가 넘실거리고 있다. 한갓진 봄 하루가 하냥 넓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다리를 건너 팻말을 따라 가면 신라방을 만날 수 있다. 길은 대교를 기점으로 읍내나 군외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서남쪽으로 떠나도 만날 수 있게 되어 있다. 비포장의 질퍽거리는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간만 걸으면 본연의 세트장이 모습이 드러난다. 원불교 완도청소년훈련원 1만6천여 평의 부지에 건립된 “신라촌”. 첫눈에도 흥미를 끌 정도로 정교한 세트장이 들어서 있다. 본영, 객사, 민가, 중국거리, 설평상단 및 이도형 상단(무역품 거래 및 상인숙소)등 40여동의 기와집이 금방이라도 사람이 튀어 나올 듯하다.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덕분에 촬영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이용이 가능할 듯 보인다. 실제로 완도군과 전남도가 50억원을 들여 공들여 세웠다고 한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관광지로 만들 생각. 향후 민간에 불하해 민박이나 각종 행사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란다.
1200년 전의 역사 속으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는 관광객들. 그 사이를 함께 어울려 세트장을 구경한다. 유심히 드라마를 봤다면 더 감흥이 크겠지만 보질 않았으니 그저 그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그래도 잘 지어놓은 건물 뒤로 불끈 솟은 바위 덩어리를 이고 있는 숙승봉엔 자꾸 눈길이 간다. 저 산 위에 오르면 세트장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을까?
세트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건물 중간의 수로. 당나라 풍의 저자거리 사이로 낸 대규모 수로. 맑은 물 위에는 배가 띄어져 건물과 그림 같은 조화를 이뤄낸다. 물길은 어렵지 않게 1,200년 전 중국으로 공간 이동하는 듯하다.
해신 세트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우선 세트장을 벗어나 소세포로 가는 길목에 완도 난대 수목원(061-552-1544, 군외면 대문리)도 잠시 기억해두자. 대부분 세트장 구경이 목적이라 수목원을 무심하게 보는 이가 많다. 아직 미개장이지만 구경이 가능한 수목원.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600m)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의 천연 상록활엽수림이 형성 되어 있으며, 난대성 희귀식물인 사철난, 금새우난, 약난초 등 70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가볍게 산책을 겸할 수 있는 곳이다.
수목원을 벗어나 도로로 나오면 전망 좋은 해안길이 이어진다. 물 빠지면 고동을 잡는 모습이나, 언덕을 오르면 넓디넓은 바다가 눈 속에 들어와 잠긴다. ‘전망 좋은 길’이라는 팻말이 없어도 완벽한 해안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풍광이 좋아서인가. 소세포 세트장까지는 멀지 않게 느껴진다.
대신리 소세포구는 모감주나무 군락지와 어촌민속전시관 사이에 위치한 조그마한 포구다. 300m 남짓한 아담한 포구이지만 백사장의 모래질이 빼어나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 있던 곳이다. 포구 앞으로 흑일도, 백일도, 동화도 등 섬이 이어지고 멀리 해남 땅끝 마을을 볼 수 있어 전망이 뛰어난 곳이다.
전망을 보려면 길 언덕 편에 차를 세우면 된다. 고개를 내려 발아래를 쳐다보면 거대한 초가집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에는 대형 목선들을 띄워 옛 포구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포구 앞에는 중국 양주의 모습도 조성해놓았다. 선착장과 바다에는 통일신라와 당나라 양식의 선박이 떠다닌다. 앞으로 청해진 본영과 신라 왕궁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한 편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촬영하는 날이면 출입이 금지되지만 멀리서나마 그 모습을 지켜 볼 수가 있어 다행이다. 옴팍한 포구는 언덕에서 힘들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드라마가 끝나는 6월부터는 연중 개방하며, 입장료도 받을 예정이란다.
더 가면 보길도 들어가는 화흥포에 들어가는 길이다. 화흥포 가는 길목에는 2002년 5월 개관한 어촌민속전시관(061-550-5558)이 있다. 여러 전시품은 물론이고 관광객이 직접 어선에 승선 항해체험을 할 수 있어 한번쯤 들러보길. 화흥포는 핏빛보다 더 진한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여서 따로 포인트는 없지만 멀리 땅 끝으로 넘어서는 낙조는 하루의 시름을 녹여 내린다.
진한 낙조에 시름을 녹이는 곳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완도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정도리 구계등이 있다. 굵은 바윗돌이 바다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파도에 씻겨진 둥그런 갯돌이 바다에 펼쳐져 소리를 내고 있다. 바위돌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하나가 있어 쉼터를 만들어주고 뒤쪽에는 40여종의 상록수림 산책로가 있다. 이곳까지 들러 찾아볼 것은 장보고가 숨결이 살아 있는 청해진 유적지(사적 308호)다. 완도읍내에서 2백리길인 장좌리라는 곳에 장보고의 유적지가 있다. 이 곳은 828년 통일신라시대의 유명한 무장이자 상업가인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신라가 일본, 당나라 3국과의 해상 교역에서 신라가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큰 공헌을 하였던 곳이다. 1200년 전 동남아 해상권을 장악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청해진 본영으로 장도가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 한창 그때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거리는 짧지만 신비한 바닷길처럼 물이 들어차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중 교통:철도를 이용할 경우 KTX, 새마을, 무궁화호로 광주까지 간 뒤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1544-7788. 서울에서 하루 4편 고속버스도 운행 중이다. 5시간30분소요. 광주에서 완도까지는 2시간 30분 걸린다. 완도 버스터미널(061-522-1500).
■자가 운전: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에서 나와 2번 국도를 따라 월평까지 간 뒤 13번 국도로 갈아타고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지나면 된다. 호남고속도로 광산IC에서 13번 국도를 따라 나주, 영암, 해남을 지나면 완도대교와 만난다. 완도읍내 방면으로 들어오면 신라방. 들어간 반대편 길로 나오면 수목원-소세포-어촌 민속전시관-화흥포항 낙조-정도리 구계등-완도읍내에서 13번국도 이용해 8km정도 해남방면으로 올라가면 청해진 유적지. 보길도는 화흥포에서 배를 타면 된다. 1시간 30분소요.
■추천 별미집과 숙박: 완도항의 활선어 위판장에 가면 싱싱한 자연산 회를 싼값에 즐길 수 있다. 완도회가 맛있다는 것을 꼭 확인하길. 숙박은 완도 구계등 산언덕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산호모텔(061-552-4004)을 추천할만하다. 모텔이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분위기가 빼어나며 친절하다. 음식도 괜찮다. 완도 읍내에는 훼미리 찜질방(061-554-5210) 등이 있다.

◇사진설명 : 완도에서도 해신 촬영 세트장이 지어진 곳은 두 군데.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와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세트장 ‘청해진 포구마을’이다. 날림으로 대충 짓던 여느 세트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게 세워져 향후에도 오랫동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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