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업평가의 새 기준 자리매김
사회와의 윈윈전략 탐색 필요

추구하는 가치 재정립 바람직
책임있는 비즈니스 구축 시급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의 거의 모든 기능을 갉아먹고 있다. 그 상황에서도 버텨내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사실 생존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헌활동의 필요성에 관해 논하는 것이 주저된다. 그런데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은 기업에 대한 패러다임, 즉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서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변화의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행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활동과 관련된 역사적 흐름을 보면, 이 어려운 주제는 대체로 경제적 호황기에 부상했다. 그러나 경제적 호황기의 상황에서도 이 주제는 쉽게 수용되진 않았다. 그 이유는 기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매우 보수적이었고 견고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서 이에 투자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주 중심의 관점이 오랜 기간 지배적이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이익금 배당을 축소하고 대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했던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에 대한 투자자 닷지 형제의 1916년 소송이다. 법원 판결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포드의 패소였다. 그러나 이런 보수적 경향성은 프린스턴 대학교에 대한 기업 기부가 주주의 이해관계를 침해했는지에 대한 1953년의 새로운 판례(AP Smith Manufacturing Co. v. Barlow)에 의해 변화하게 된다.

새로운 판례는 기업은 주주만의 것이 아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조직이기에 주주의 이해관계와 함께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균형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활동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인 이해관계자 중심의 관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판례 이후에도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만은 프리드만의 교의로 명명되는 보수적 주장을 통해 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주주에게만 한정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오랜 세월의 논란 속에서 그의 주장은 기각됐고 현재에는 이해관계자 중심의 관점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됐으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그 여정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오늘날 이 주제와 관련해서 이해관계자의 시각에 기반한 새로운 개념들이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기업이 경제, 사회, 자연과의 관계에서 상호 간의 win-win에 기여하는 공유 가치를 창출시키는 기업활동을 통해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함을 강조하면서 CSV(공유가치창출) 개념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기업 지속가능성의 제고에 대한 기대에서 UN에서 제시된 엄격한 기준이라 할 수 있는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이 더 온전하게 환경 및 사회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더 나아가서 책임있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현해야만 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하게 강조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활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빠른 진화와 관련해서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피하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 어렵긴 하나, 이 기준들이 결국은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결이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은 도대체 뭘 해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좀 더 포괄적으로 조망하면서 기업의 사명과 추구하는 가치를 다듬어 보는 노력일 것 같다. 그 이유는 사명에 대한 정리 작업을 통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함께 새로운 변화 노력이 가능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기업이 지닌 자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업의 자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면서 가용범위 안에서 기업이 갖는 자원을 사회의 필요와 어떻게 연계시켜 상호 윈윈 할 수 있을지를 전략적 시각에서 탐색해 보는 노력일 것 같다.

그 이유는 선함의 차원을 넘어서는 전략적 노력은 새로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품의 생산과 판매 등의 전반적 운영 과정을 점검하면서 혹시라도 시장 및 사회나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좀 더 책임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해 나가는 노력일 것 같다. 시장 및 사회나 환경과의 관계에서 책임성이 빠진 채 이행되는 공헌활동은 주객이 전도된 공허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한국의 중소기업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의 생존의 길 자체가 험난하긴 하나,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도 잘 적응하며 점진적 변화를 창출시키길 소망해 본다. 이를 통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활동을 넘어서는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더 많이 활성화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