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둥지튼 전원 미술관, CG인듯 빼어난 풍광 ‘시선강탈’
현대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설계, 무려 8년 걸쳐 완공
드라마 같은 공간 ‘세이지우드 홍천’, 재충전 명소 부상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독특한 외관 과시하며 발길 유혹

황토빛 파주석을 촘촘히 이어붙여 외관을 꾸민 뮤지엄 본관의 모습.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황토빛 파주석을 촘촘히 이어붙여 외관을 꾸민 뮤지엄 본관의 모습.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상이다.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극중 그려지는 배경 공간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는 장치 중 하나다. 그 배경의 중심에 재벌가가 서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베일에 싸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류사회의 화려한 생활을 드라마로나마 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쏠쏠하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마인>은 드라마 속 재벌가인 효원그룹 일가에서 일어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내용의 드라마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가족이 주인공인 만큼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도 범상치 않다. 인터넷 검색창에 드라마 마인을 검색하면 드라마 마인 촬영지라는 키워드가 자동 검색어로 뜰 정도로, 매회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더불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호화로운 저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드라마 초반부에서 예술과 자연을 사랑한 명예회장이 세계적인 건축가를 시켜서 완성한 것으로 묘사되는 대저택은 <마인>의 주요 사건들이 펼쳐지는 장소다. 효원그룹 일가가 거주하는 곳으로 큰집 카덴차와 작은집 루바토로 이뤄졌다. 특히 효원그룹의 회장 부부와 큰아들 부부가 거주하는 공간인 카덴차는 CG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살 정도로 수려한 풍광이 돋보인다.

산 중턱에 포근히 안겨 있는 모양새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카덴차의 촬영지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이다. 드라마 속 설정과 마찬가지로 실제 현대 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 서울 남산보다 약간 높은 해발 275m 산속에 자리한 전원형 미술관이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미술관을 건축한 안도 타다오 특유의 물을 거울처럼 사용하는 건축 기법이 잘 드러난 물의 정원이다. 뮤지엄 본관까지 이어진다.※사진=뮤지엄 산 제공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미술관을 건축한 안도 타다오 특유의 물을 거울처럼 사용하는 건축 기법이 잘 드러난 물의 정원이다. 뮤지엄 본관까지 이어진다.※사진=뮤지엄 산 제공

2005년부터 시작해 무려 8년에 걸쳐 지은 이 미술관은 건축 기간만큼이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72000부지에 전체 길이만 700m에 달한다. 주요 지점을 지나는 관람 거리는 약 2.1km로 걸어서 돌아보는데 족히 2시간은 걸릴 정도다.

전원형 미술관답게 야외 정원과 실내 전시관을 고루 갖춘 뮤지엄 산은 크게 6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웰컴 센터를 시작으로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그리고 또 한명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상설관이 들어서 있다. 각각의 공간은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지만 다른 건물들은 물론 주변의 자연과도 유기적으로 소통한다.

이중 워터가든과 본관이 바로 카덴차의 전경으로 등장하는 장소다. 너른 패랭이 꽃밭과 하얀 자작나무 길을 지나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워터가든과 본관은 단연 뮤지엄 산의 메인 건축물이다. 수심 20cm의 얕은 연못으로 꾸며진 워터가든은 본관을 떠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물 위로 본관 건물과 하늘이 선명히 비친다. 이는 물을 거울처럼 활용해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안도 타다오 특유의 건축 기법이다. 본관 옆의 카페테라스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카페테라스 데크 주변에 조성된 계단식 연못엔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수변 나무들이 스며있다. 여기에 탁 트인 산 전망까지 더해져 주말이면 명당 싸움이 치열하다.

워터가든의 끝자락에 자리한 본관은 황토빛 파주석을 촘촘히 이어붙여 장식했다. 건물 중간중간 큼지막하게 뚫린 통창에는 초여름 나무들의 짙은 녹음이 어려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다과를 즐기기도 한다.

본관을 지나치면 스톤가든이 이어진다. 마치 신라 고분을 연상케 하는 9개의 스톤마운드로 이뤄진 스톤가든 초입에 명상관이 있다. 효원그룹의 두 며느리가 요가를 하는 장면이 바로 이 명상관에서 촬영된 것이다. 실제 명상 프로그램이 상시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스톤마운드와 같은 돔 형태의 구조물 사이로 가늘게 스며드는 빛이 아늑하고도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공간을 다 훑고 나서야 마침내 다다를 수 있는 제임스터렐관은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임스 터렐은 건물을 캔버스 삼아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설치미술가다. 제임스터렐관에는 빛의 마술사로 알려진 그의의 대표작 5개가 설치돼 있다. 이 모든 작품을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비롭다 못해 신성한 느낌까지 주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으로 뮤지엄 산은 완성된다.

럭셔리 리조트를 표방하는 세이지우드 홍천의 라이브러리는 극중 대저택의 호화로운 응접실로 소개될 만큼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진=세이지우드 홍천 제공
럭셔리 리조트를 표방하는 세이지우드 홍천의 라이브러리는 극중 대저택의 호화로운 응접실로 소개될 만큼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사진=세이지우드 홍천 제공

<마인>에서는 뮤지엄 산 외에도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공간들이 등장한다. 강원도 홍천의 세이지우드 홍천역시 그 중 하나다. 럭셔리 복합 레저 시설을 표방하는 세이지우드 홍천은 골프CC와 리조트로 이뤄져 있다. 골프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코스를 설계한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드라마에서는 큰집 카덴차의 응접실과 작은집 루바토의 수영장으로 각각 세이지우드 홍천의 라이브러리와 인도어 풀이 등장했다. 24시간 운영되는 라이브러리는 모든 투숙객에게 열려있는 공간이다. 예술·문화·과학·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자유롭게 사색하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에 제격이다.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의 존재감을 풍기는 인도어 풀은 세이지우드 홍천의 백미다. 통유리창 너머로 산봉우리와 싱그러운 골프 코스가 펼쳐져 프라이빗한 실내 수영장에서도 야외 수영장 못지 않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뮤지엄 산만큼이나 빼어난 건축물로 이목을 끈 장소도 있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자리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극중 주된 배경은 아니지만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수직으로 뻗은 건물의 세 모서리를 곡선과 곡면으로 연결했다. 다소 칙칙해 보이기도 하는 노출 콘크리트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채광이 실내를 밝힌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뤄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인조광을 최소화하고 자연광을 끌어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공기가 감돈다. 이 때문에 전시 관람객 외에도 건축물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을 정도다.


- 신다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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