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환경 따라 생산성 제각각
동일 적용시 숙박업 등 큰 타격
산업별·규모별 설계 바람직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2022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 간 협상이 진행중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까지는 험난한 협상과정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음을 감안해 이번에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초기 2년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후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아 오랜 시간 고통을 겪으며 이들의 생존 자체가 버거워진 만큼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산업별·기업규모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을 협상의 타개책으로 제안하고 싶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하는 임금의 하한선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를 지킨 근로자는 소득이 증가해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업입장에서 최저임금을 바라보면 고용된 근로자에게 기대하는 생산성이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한다는 의미가 된다.

기업은 근로자가 기업의 수입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근로자의 생산성으로 이해한다. 기업이 임금을 지불하며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이 근로자가 임금 이상의 수입을 기업에게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생산성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할 이유가 사라진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가 발생하는 이유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할 점이 있다. 근로자의 생산성이 단지 근로자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일한 역량을 갖고 있는 근로자들도 주어진 근로환경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진다. 최첨단 자동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모든 일을 손수 직접 해야 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떠올려보자. 이 두 근로자의 기술 수준이 동일하다고 해도 같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장치산업에 고용된 근로자가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은 이러한 생산성의 차이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기업이 설비투자를 해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면 고용을 줄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대부분의 소규모 영세기업은 생산설비에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면 하루 종일 서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고된 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의 고용이 크게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업이 처해있는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근로자들의 생산성 차이로 인해 어느 기업은 최저임금에 크게 영향을 받고 어느 기업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노동집약적 산업에 속한 중소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근 한 연구는 2010년부터 2017년의 자료를 이용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추산해본 결과 산업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였다.

예를 들어 광업, 건설업, 제조업에서는 이 비율이 5% 이하인 반면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업 및 임대업에서는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모든 산업에 단일 최저임금을 고수하고 동일한 인상률을 적용한다면 숙박업, 음식점업,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근로자들을 점점 한계상황으로 몰아세울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제도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자의 질적 향상을 꾀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임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러한 제도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돼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이 아무리 높아도 이로 인해 취업의 기회가 사라진다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기대할 수 없고, 노동시장의 경험을 통해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기회 자체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기대하는 생산성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반영해 최저임금제도를 탄력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고용유지 측면에서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매년 반복되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극렬한 대립 구도를 타파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최저임금 수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산업별·기업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설계하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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