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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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가 반도체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1929년 창사 이래 비()자동차 전문가가 CEO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연기관 차량 일변도였던 페라리가 미래형 자동차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9(현지시간) 페라리는 오는 9월부터 회사를 이끌 CEO에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고위 임원 출신 베네데토 비냐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물리학을 전공한 비냐 신임 CEO1995년부터 스위스 산업 및 자동차용 반도체·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서 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페라리 측은 그가 자동차 산업을 급속 변화시킨 반도체 산업의 심장에서 26년간 근무하며 쌓은 특별한 지식이 페라리의 차세대 기술 선도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라리가 자동차나 명품 업계 이력이 없는 인물을 CEO에 앉힌 것을 두고 업계는 페라리를 재창조수준으로 탈바꿈하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강력한 환경 규제 앞에서 기존 정체성을 바꿔 전동화 흐름에 편승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페라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컨버터블 모델 ‘SF90 스파이더를 출시한 바 있다. 페라리 측은 양산 하이브리드 슈퍼카 가운데 최상의 성능을 뽐낸다고 강조했다. SF90 스파이더는 최고출력 780마력의 V8 터보엔진과 전기모터 3개를 결합해 총 1000마력을 발휘한다.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는 페라리 전동화 전략의 일환이다. 페라리는 당장의 전동화 흐름에 발맞춰 10년간은 하이브리드 및 PHEV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순수 전기차는 2030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점점 조여오는 규제에 우선은 기존 내연기관차가 가진 운전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페라리는 약 10년의 시간을 들여 순수 전기차로도 슈퍼카 마니아들의 고성능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페라리는 전기차 출시에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아직까지는 그다지 크지 않은 데다 배터리 기술이 더 발전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은 이미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서두르고 있고, 중국, 미국, 인도 등도 퇴출 계획에 동참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불과 4년 뒤인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종주국인 독일은 2030년부터,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인도는 2030년부터 전기차만 판매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루이 카밀레리 전 페라리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해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 페라리 전기차 비중이 50%에 달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유럽에 이어 중국, 미국, 인도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강력한 규제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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