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과 외식하러 갔다가 우연히 식당에서 알바를 뛰는 부하직원을 만났다. 그럴만한 사정을 알기에 못본체 했다. 투잡을 하면 아무래도 생산성과 산업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회사가 꺼려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알고도 서로 모른 체 할 수 밖에 없다.”

52시간제를 시행으로 임금이 줄어든 어느 조선업체 직원의 이야기다.

50인 미만 중소기업도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할 시점이 다가왔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조사한 50인 미만 중소기업 중에 아직도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안된 곳이 18.4%에 달한다. 특히, 중소제조업체의 38.8%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고, 71일 제도 시행이후에도 법을 지킬 수 없다는 곳이 17.6%나 된다.

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현장 인력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은 매년 20만명을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인력난이 심화될 것은 명확하다. 여기에 부족 인력을 보충해 주던 외국인 근로자마저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부터 입국이 제한되면서 구할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수출이 5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경제회복의 기미가 보이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워진 다수의 중소기업은 아직도 각종 대출이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소기업들의 자금여력이 줄어 절반이상인 52.8%가 영업이익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조선업계의 경우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시급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10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근로시간이 줄다보니 임금까지 줄어 투잡을 뛰는 사람들이 느는 이유다.

우리 기업들의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획일적인 52시간제시행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52시간제의 취지가 삶의 질 개선이라면 그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감소로 삶의 질이 더 나빠지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주52시간제를 보완해야 한다. 당장 7월부터 50인 미만 기업에 적용되는 52시간제는 시행을 유예하거나,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 과거 대기업(9개월)50인 이상 중소기업(1)에 부여된 기간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초과근로가 발생하는 기업들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60시간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30인 미만 기업에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해주는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5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해 항구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그리고 경기회복시 대폭 늘어날 생산량에 대비해 연간 90일로 제한된 특별연장근로제의 기간을 확대하고, 요건 및 절차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전제로, 노사가 서로 원할 경우 연장근로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최소한 일본처럼 월이나 연단위의 추가연장근로한도를 정해 기업이 노사자율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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