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리던 봄이다. 따사로운 햇살 덕분에 꾸벅꾸벅 졸음이 나는 날에도 우리는 봄 여행을 꿈꾼다. 할미꽃, 제비꽃, 냉이꽃, 개불알풀, 구슬붕이, 노루귀 등 봄 야생 꽃이 질퍽한 흙속을 헤집고 나와 웃고 있는 그곳에 내가 있기를 고대하면서 다시 긴 여정을 떠난다. 일러서 못 본 꽃 보러 벌써 산천을 얼마나 헤매고 다니고 있는지. 같은 길을 되풀이하는 일은 때로는 지루하다. 지지부진하게 봄이 이어지는 지금. 예년보다 늦게 봄꽃이 피고 있다. 짐작컨대 이번 주부터 절정을 달릴 듯하다. 이미 예상치 못한 일기 탓에 축제는 끝이 났지만 그 자리엔 화사한 꽃물결이 펼쳐진다. 생동감 있는 취재를 통해 남녘의 봄꽃을 알려 주련다.

광양 매화꽃밭
얼마 전 광양 매화축제가 끝이 났다. 이미 여행지로 소개를 했지만 3월 21일 청매실 농원 일원을 들렀을 때 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행은 구례에서 시작한다면 간전교를 넘어 들어오는 것이 좋고, 남해고속도로를 타는 사람들은 진월나들목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길게 이어지는 섬진강변 옆으로는 백색 꽃들이 눈이 부실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진한 꽃 향을 맡으려면 창문을 열고 달려보는 일이다. 꽃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벌 나비 윙윙거리는 그 곳엔 긴 섬진강이 눈앞에 아롱거린다. 봄볕, 봄바람까지 원 없이 가슴에 안고 길을 아껴가며 달려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간전에서 진월 망덕까지 가는 길목에서 청매실 농원을 들르는 일은 어쩌면 필수 코스. 당시 응달은 개화되지 않았으므로 이번 주 서두른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꽃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구례 산수유 마을
지리산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만복대 기슭의 상위마을. 산동면에서도 산수유 품질이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어 일명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그 마을 전체를 줄기 굵은 산수유나무가 뒤덮고 있다. 하지만 섬진강을 달려서 구례 상위마을을 찾았을 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늘 일찍 피어 노란색으로 마을을 뒤덮던 산수유꽃. 그런데 이번 여행길에는 겨우 봉우리 진 꽃 감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축제 기간에도 제대로 된 꽃 감상을 할 수 없었는데 짐작컨대 이곳도 머지않아 바투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집집마다 산수유 열매와 농산물을 판매하러 나섰다. 고로쇠 수액도 물론 빠지지 않는다. 겨우내 얼었던 물이 계곡 따라 내려온 덕분에 수량도 많다. 그 사이로 버들강아지가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냈다. 청보리와 산수유꽃이 어우러진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랑이 밭들이 정겹다. 결코 아름다운 꽃은 아니지만 산수유와 매화를 빙자해서 이번 주 여행을 떠나면 좋을 듯.

해남 매화농원
땅끝마을 해남땅. 산이면 예정리에 있는 보해 매원(061-532-4959)에 들렀다가 실망감만 안고 돌아서야 했다. 축제라는 타이틀은 없었지만 주차장 주변으로는 간이 포장마차가 즐비. 축제장에 흔히 등장하는 ‘엿장수’들이 불러 제키는 노랫가락이 시끄럽다. 만개되지 않은 꽃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 걸려 있는 해맑게 웃고 있는 매화꽃 사진이 야속해 뒤돌아 설 수밖에 없던 농원. 이번 주말을 기해서 절정을 달할 것. 매화꽃밭에 일부러 심어 놓은 구슬붕이 꽃까지 가세한다면 금상첨화길이 될 듯. 산이면은 해남이지만 목포 쪽과 인접해 있다. 호남고속도로 타고 목포로 나와 진도, 해남방면으로 하면 화원반도와 만난다. 이곳이 진도와 산이면의 갈림길. 산이면으로 들어서면 보해매원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참조하면 될 듯.

장흥 한재 할미꽃
지난주에 소개한 장흥에 대해 못내 미련이 많이 남았다. 이왕 해남 땅까지 간 김에 장흥을 다시 찾았다. 보충 취재다. 장흥 소등섬에서 멋진 일출로 하루를 열었고 향매농원에서 매화꽃을 감상했다. 또 장천재에 들러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보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셨던 칡차를 기억했지만 무싯날에는 손님 없어 안나온다는 보살 찾아 장안사(011-678-7691)를 들렀지만 절집은 텅 비어 있다. 불가마 간다는 보살을 터미널까지 찾아가 모셔와 말린 칡 구입했다. 그리고 회진포구의 팥죽집 들렀지만 인원부족으로 맛을 볼 수 없었다. 참고로 팥죽을 쑬 때 웃돈 얹어 줄 테니 진하게 쑤어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더불어 TV에 소개되었던 할미꽃 단지를 찾아 나섰다. 할미꽃은 회진포구에서 방파제를 건너 덕산마을로 가면 산 위로 오르는 길이 있다. 고갯길이 뱀처럼 구부러져 있는데 맨 위에 한재 공원과 민둥산 하나를 만난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 할미꽃이라는 것이 화사한 아름다움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그곳엔 무수히 많은 할미꽃이 피어나 있다. 행여 밟을까봐 조바심 날만큼. 고갯길을 넘어 한승원 문학시비가 있는 신상포구에 들러보길. 그곳 바위에는 감태는 물론 고동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것을 참조하길.

강진 동백꽃과 마량 낙조
강진읍내의 영랑생가나 만덕산 자락의 다산초당, 백련사 절집에 가면 무수한 동백꽃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마량포구로 나오는 길목에서 빼놓지 말고 낙조를 감상하면 좋을 터. 그저 감격해서 위치 못 찾아 헤매다가는 어느새 서산으로 해가 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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