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시작한 규제자유특구
2년간 고용창출 등 성과 톡톡
폭넓은 규제혁신 가속화 기대

황경진(중소기업연구원 규제혁신센터장)
황경진(중소기업연구원 규제혁신센터장)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중 기업하기 좋은 나라 1위를 차지했다. 조사대상인 190개국 중 5위를 기록해 지난 2014년 이래로 6년째 5위 안에 머물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평가에는 신산업·신기술 진출 관련 규제 분야 평가는 쏙 빠져있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투자는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핵심이다. 기업이 투자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충실히 하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성장산업 육성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애기가 뜨겁다. e모빌리티,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선진국은 새로운 먹거리 시장 확보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의 불씨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질세라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신산업 분야 7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시 걸림돌에 대해서는 규제애로(74.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2018지역특구법을 개정해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신기술 육성을 위해 대폭적인 규제개혁을 시도했다. 현 정부 규제개혁의 가장 큰 변화는 이것만 빼고 다 해도 된다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사전 승인, 사후 규제)의 정착이다.

중국은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가장 많이 성장한 나라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 건 8할이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에 규제하는 중국정부의 규제혁신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신산업·신기술 분야의 규제개선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이 중, 대표적인 규제개선 정책이 규제자유특구.

규제자유특구란, 지역혁신성장과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지역을 대상으로 신산업, 신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덩어리 규제를 완화하는 한국형 규제혁신제도로써 현재까지 전국 14개 지자체에 1개 이상의 특구가 지정돼 전국 규모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구 내에서는 현행 규제로 사업이 어려운 자율주행이나 무인선박, 원격의료 등 사업이 가능하다. 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규제 제약 없이 신기술·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업화 경험을 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에 없던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현장에 적용해보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규제자유특구가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규제자유특구 2주년 포럼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4차례에 걸쳐 24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128개 규제를 완화했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1255), 투자유치(7713억원), 특구 내 공장설립(18개사), 기업유치(170개사)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한 기업의 약 70% 정도가 중소기업이고, 26%가 대기업, 4%가 공공기관인 것으로 나타나 규제자유특구는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는 유용한 제도였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

규제자유특구는 기업 특히 규모의 영세성, 인력부족 때문에 동일한 규제가 대기업에 비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중소기업이 안전하게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특구라는 한정된 공간과 신산업·신기술의 제한된 분야이지만, 사람으로 치면 유아나 아이에 해당하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린이(기업+어린이)인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놀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제환경이 조성되면 더욱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노동이 행복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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