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세에도 대·중기 양극화 심화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간극 축소 해법
50인 미만 중소기업엔 주52시간제 유예
현장 반영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절실

지난 5월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5.6% 증가하며 3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증가율이 441.2%에 이어 두달 연속 40%대를 기록한 것은 수출 역사상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타고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제품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간 결과이다. 제조업 가동률, 투자와 소비심리도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문제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43.8%는 코로나19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경기가 회복중이라고는 하지만 내수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감소로 은행 부채만 늘어나고 있다.

0.3%의 대기업이 영업이익의 57.3%를 차지하는 현실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임금지불과 투자여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대기업은 상승세를 지속하며 110을 기록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상승세가 꺾이며 80으로 하락해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중기중앙회가 매월 중소기업 3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도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6월에는 80.55월의 83.7보다 3.2p하락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불어 닥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운임 상승, 인력난이라는 3중고 탓에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필요한 원자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거나,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납품이 늘수록 수익이 악화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간 유통상의 원자재 사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중소기업의 현장 인력 부족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뿌리산업, 건설, 조선업 등은 열악한 근로여건으로 내국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결국 부족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로 보충해 왔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50인 미만 5인 이상 영세기업이다. 무려 515500곳에 달한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지난 4월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을 1년간 연장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돼 현장 인력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호소가 많다. 여기에 71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주52시간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현장의 우려가 크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뿌리산업 입장에서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과 함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매출감소에 인력난까지 더해지면서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원활해질 때까지 만이라도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을 유예하는 것이다. 52시간 시행 이전 대기업은 9개월, 50인 이상 기업은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시행한 전례도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경기변동과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일본처럼 노사가 합의하면 월 100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오너의 99%가 대표인데 근로자의 부주의로 발생한 재해 사고도 사업주를 1년 이상 처벌토록 하는 하한 규정은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재해 발생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마지막까지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되면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재발이 아닌 첫 번째 사고는 대표가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처벌을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이 안전시설을 늘려 현장의 안전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때마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기업인들의 현장 애로와 고충을 듣겠다며 지난 한 주간 잇따라 간담회를 개최했다. 1일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기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인·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고, 2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와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3일엔 김부겸 국무총리도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중요한 것은 집권여당 대표와 정부의 정책결정권자가 기업인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했다는 보여 주기 식 행보가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정책에 제대로 반영하느냐이다. 획일적인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을 옥죄는 각종 법과 제도는 그대로 둔 채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하면 실현될 수도 없고, 기업은 부담만 느낄 뿐이다.

현장 기업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기업하기 좋은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신규투자와 고용 창출에 나설 수 있다. 코로나가 가져온 대변혁의 시대, 대한민국이 경제 회복과 선도형 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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