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천장지수 최하위권
남녀격차 줄여야 경제선진화
여성 생산활동 제고 ‘발등의 불’

정윤숙(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정윤숙(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소비는 여성이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으로 비슷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궁금한 적이 있다. 세계적인 인류학자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남자는 원래 수렵형 속성을 지니고 있어 사냥감이 있으면 여기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반면 여성은 사냥해온 먹이를 모아두고 나중을 대비하는 성향이 강해 채집형 성향을 지닌다고 한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필요한 물품도 많고 육아와 가사의 중심역할을 하다 보니 소비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자본주의 발전과정을 보면 여성이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은 투표권마저 없어 정치는 커녕 농업 외 경제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20세기에 들어 경공업이 발달하면서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에 여성이 생산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부터 가발과 섬유 생산에서 여성의 활약은 경제발전의 초석을 만들었다. 오늘날 여성의 경제활동은 어떠한가. 아직도 경제활동의 중심은 남성이고 여성은 보조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을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대단히 높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남성과 거의 대등한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60%에 머무른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는 시각이 강하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잠재적 능력자들이다. 우리 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처럼 양성평등이 진전돼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생산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경제적 역량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자아실현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우리나라는 현실의 벽이 너무 두껍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발표한다. 유리천장지수는 직장 내 성차별로 인해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등 여성의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표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은 100점 만점에 60점이었으며, 1위는 80점을 넘은 스웨덴이 차지했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20점을 받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0개의 평가 지표는 남녀 간의 임금격차, 출산·육아, 기업의 관리직 여성비율 등을 다루고 있어 우리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작년 초 일부 업종에서 공급애로가 글로벌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그 뒤로는 소비 부진이 주요 요인이 됐다.

이에 고용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어 왔다. 그러나 국내 전체 경기는 20202분기에 저점을 거친 후 회복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게다가 올해 성장률은 4%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돼 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여성경제인들의 노력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학자 아이벤의 주장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아이벤은 여성이 경제성장 과정에 더 참여하고 거기서 성장의 과실이 좀 더 공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012OECD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의 경제활동 참여 격차를 줄이면 2030년까지 12%의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소비자로서의 활동만이 아니라 특히 생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