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그래픽카드 채굴업자들이 싹쓸이
카드 매출 늘수록 단골게임고객은 감소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가 있는 엔비디아(NVIDIA)는 글로벌 그래픽 카드 제조사다. 기술력으로 보면 세계 컴퓨터 GPU를 장악한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GPU는 그래픽처리를 위한 고성능의 처리장치로 그래픽카드의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1999지포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그래픽 컨트롤러를 선보이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PC GPU는 이 회사 것을 쓴다.

최근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 카드 성능을 일부러 낮추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 채굴 업자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쓸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그래픽 카드는 품귀가 심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를 이더리움 채굴에 주로 쓰고 있기에 그렇다.

지난 18(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자사 그래픽 카드 3종의 해시율(채굴연산능력)을 절반가량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얻기 위해 복잡한 연산을 하면 연산이 끝난 뒤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는다. 해시율은 이더리움을 얻기 위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특정 계산 문제를 푸는 속도를 의미한다. 즉 해시율이 높을수록 채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는 비트코인 채굴보다는 이더리움 채굴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더리움 가격이 뛰면서 채굴의 매력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엔비디어 그래픽 카드 수요도 덩달아 뛰었다.

그러면 왜 엔비디아는 자사 제품의 성능을 낮추는 조치를 취한 걸까. 암호화폐 채굴에 자사 반도체가 사용되지 못하도록 기능을 제한한 것은 단골 고객인 비디오 게임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비디오 게이머들은 오랜 기간 엔비디아의 핵심 고객층이었다. 엔비디아의 성장과 순익에 상당한 이바지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품귀난에 암호화폐 채굴 붐까지 겹쳐 최신형 그래픽 카드를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엔비디아로서는 암호화폐 광풍으로 주요 고객인 게임 이용자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 카드 가격도 최근 개당 2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기존 보다 무려 4~5배 뛴 가격이다. 이러한 그래픽 카드 대란은 지난해 말부터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최근 들어 암호화폐 시장 흐름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 점도 엔비디아가 아예 절연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암호화폐 시장에 계속 휘둘리면 전망이 어두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 기능 제한은 또 다른 전략이 담겼다. 어찌보면 또 다른 고객층인 암호화폐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GPU 대신 CMP를 쓰도록 유도하는 건지 모른다. 연초에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 처리장치(CMP)’를 출시했다. 암호화폐 매니아들이 채굴을 위해 그래픽 카드를 포기하고 CMP를 사게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기술(암호화폐)의 등장은 생각지도 않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생긴다. 컴퓨터 게임 구동을 위해 주로 사용되는 그래픽 카드가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품귀현상까지 생기는 현상은 관련 그래픽 카드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 하제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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