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법률산책 ] 담합 기업의 딜레마 ‘리니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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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 법률산책 ] 담합 기업의 딜레마 ‘리니언시’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312
  • 승인 2021.05.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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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태완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정부는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비율제도,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등 중소기업제품의 공공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되는 사업임은 분명하지만, 제도가 복잡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본지는 공공조달 전문가인 김태완 변호사와 함께 공공조달제도를 법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코너인 공공조달 법률산책을 월 1회 연재하고자 한다.


두 명의 죄수가 있다. 죄수들은 서로 분리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둘 다 범행을 부인하면 혐의의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수사관은 자백을 하면 무죄 방면을 해 줄 것이지만,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면 가중 처벌될 것이라고 각 죄수에게 제안한다. 각 죄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행동은 둘 다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죄수 A는 다른 죄수 B가 자백하는 경우와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의 두 가지 가정을 고민하게 된다. 조사를 받기 전 둘 다 자백을 하지 말자고 약속 하지만 결국 둘 다 자백을 선택한다. 이것이 프린스턴대 교수인 터커가 고안한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 이론이다.

담합(카르텔)은 라틴어인 카르타(carta)에서 유래했다. 카르타는 휴전문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싸움을 중단하고 상생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카르텔의 어원은 고상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생산량, 영업활동, 가격 등을 통제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부정한 결합을 의미하고 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담합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담합은 기업간 합의를 통해 가격을 인상하고 물량을 배분함으로써 그 피해가 국가와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보기에 엄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담합의 적발은 매우 어렵다. 증거확보가 어렵고 은밀히 이뤄지는 합의를 입증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보도자료가 수시로 등장하는 이유는 리니언시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로 하여금 죄수의 딜레마로 빠져들게 한다. 다른 기업이 언제 자진신고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앞다퉈 신고를 하도록 만드는 죄수의 딜레마가 바로 리니언시의 모태인 것이다.

공공조달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기업이라는 제한적 수요자가 존재하는 독특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수요, 공급의 완전경쟁시장과는 상이할 수 밖에 없고 어떤 형태로든 공공의 개입이 작동하는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담합은 합의가 필요하고 효과가 가시적인 이러한 특수 시장구조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고 본다

문제는 리니언시 기업에 대해 과징금과 형사고발의 불이익을 면제토록 규정하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공공조달의 기본법인 국가계약법은 불이익 면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리니언시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일부 기업들은 공익신고자 책임감면이라는 낯선 제도를 통해 부정당업자 제재 등의 처분을 감면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공공계약제도 혁신 TF는 지난해 10월 공공계약제도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그 중 하나에 리니언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감면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부정당업자제재도 감면할 수 있는 근거를 국가계약법에 반영하기로 했고, 기재부는 올해 420일 위 내용을 반영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담합이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죄수의 딜레마는 관여자 모두의 혐의 부인을 최선의 방안으로 보았지만, 현실에서는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더 나아가 아예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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