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구리값 등 상승세 지속… 中企 80% “수익에 부정적 영향”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의 가격이 지난 1년간 24% 가까이 상승했다. 사진은 제련된 구리의 모습.
대표적인 원자재인 구리의 가격이 지난 1년간 24% 가까이 상승했다. 사진은 제련된 구리의 모습.

179%, 125%, 24%... 앞서 언급한 세 숫자는 원유, 옥수수, 구리의 지난 1년을 기준으로 최저점 대비 상승한 폭이다. 최저점에서 투자를 했을 경우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19에서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세로 전환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가격 상승을 뜻하는 슈퍼사이클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격 상승의 주 원인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꼽힌다. 경제가 회복세를 띄면서 원자재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못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빨랐던 미국, 유럽 그리고 세계 최대의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 회복세는 빨라지는데 비해, 주요 원자재 채굴국이자 수출국인 중남미는 여전히 코로나 충격에서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보급과 경제 회복 속도가 전세계적으로 불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예측했으며,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건 분석가는 향후 몇 년간 심각한 공급 격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에게 가격 상승은 좋은 소식이지만, 중소기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생산가에서 원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뿐더러, 수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선의 주재료인 구리가 제조원가의 65%를 차지한다고한다. 프라스틱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계속 오르면 제품을 생산할 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제 프라스틱의 가격도 20~30% 가량 올라 수입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중소기업 10개사 중 8개사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 75.6%는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 ‘영향 없음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21.7%, 2.7%에 불과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업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30~10%하락(37.4%)’이 가장 많았으며, ‘10%이하 하락(30%)’, ‘50~30%하락(21.1%)’, ‘100~50%하락(6.6%)’, ‘영업손실 전환(4.8%)’순으로 응답했다.

우리 정부도 급히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 안정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조달청이 비축 중인 구리·알루미늄·주석을 5월에도 1~3% 할인해 방출하겠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비철금속에 대한 가격동향을 점검해 최대 3%까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는 공공조달 비축물자제도를 2011년부터 운영중이다.

조달청의 5월 비축물량 방출계획에 따르면 구리는 3% 할인해 24700, 알루미늄은 1% 할인해 6000, 주석은 1% 할인된 280톤이 풀릴 전망이지만, 이 물량은 국내 원자재 수요의 1~2% 수준밖에 되지 않아 공급부족을 달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영업 손실과 공장가동을 중단한 중소기업도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원자재 구매 금융·보증 등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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