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고는 가상의 젊은이를 화자로 해서 집필됐습니다.

사람이 참 날카로워졌어요. 별 게 다 눈에 들어와요. 길 가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다들 레이저를 쏩니다. 예전엔 이기적인 사람을 가르는 기준이 다양했어요. 요샌 하나만 봐요. 턱스크 말이죠. 요즘 사람들은 두 가지 얼굴이 있어요. 마스크, 노 마스크. 공식적인 사회에서는 맨 얼굴을 볼 수 없죠. 마스크가 얼굴의 일부가 되어 살아요. 다들 마스크로 살아가니 무슨 미스터리 영화에서 묘사하는 세상 같아요.

전 편의점 알바를 하는데요, 카드로 계산하고 돌려주면 알코올로 소독하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좋은 습관이죠, 암요. 제 친구는 결벽증이 있는데요. 코로나로 더 심해졌어요. 택배가 오면 당장 뜯지 않아요. 이틀 기다렸다가 만집니다. 물건에 묻은 코로나균이 48시간은 살아 있다는 기사를 어디서 읽었다나요. 걔 손은 아주 거칠어졌어요. 하루 종일 알코올과 소독제를 바르거든요. 피부가 견디겠어요.

저는 요새 편의점에 오는 사람들 마스크만 봐요. 예전 같으면 얼굴을 봤을 텐데 말이죠. 마스크도 참 다양합니다. 겁 없는 사람인지, 마스크 값도 부담스러운 형편인지, 패션에 얼마나 예민한지, 남의 눈을 의식하는지 다 마스크에 나타나요. 인증도 안 된 일화용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도 꽤 있어요. 전 듣고 놀랐지만, 어떤 분은 마스크 한 개로 삼사일을 버틴다고 해요. 냄새 난다구요? 팁을 드릴까요. 민트껌을 씹으면 사라진답디다. 하하.

실은, 정말로 돈 없는 분들 마스크는 누가 사주나 궁금해요.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게 헌법정신이잖아요. 그런 분들에게는 나라에서 마스크라도 지급해주나요. 마스크는 민주주의다! 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동시에 마스크는 계급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비인가 저가 마스크와 1000원이 넘는 마스크의 차이 같은 것 말이에요.

마스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낮에 친구가 일하는 식당에 간 적이 있어요. 준비할 때는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기도 하더군요. 쓰더라도 턱스크. 영업시간이 되자 하나둘 꺼내 쓰더군요. 음식에 비말이 튈 것 같아서 불안했어요. 덥고 답답한 부엌에서 오죽하겠나 싶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죠. 다른 얘기지만 하기야, 영업시간 동안 수십 명의 손님이 와서 다 마스크 벗고 먹고 마시지 않나요? 누구도 뭐라 하지 않죠. 먹고 마시는 동안은 바이러스는 봐주는 모양이에요. 코로나가 아주 똑똑하다잖아요. 재미있는 건,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를 쉽게 벗어요. 코로나가 사람들 사이의 친소관계를 파악해서 덤벼들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 똑똑하다고 했죠.

전 길을 가다 제일 불쌍한 게 어린애들이에요. 뭔 잘못으로 쟤들이 저러고 다녀야 하나 싶어서요. 저 시기의 1년은 어른들의 3, 4년일 거예요. 하루가 다를 거예요. 그 시기를, 학교도 잘 못 가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답답한 마스크에 갇혀 살아야 하니까요. 아이들이 나중에 이 경험을 어떻게 기억할지 걱정이에요. 소년기의 우울은 평생 트라우마가 될 테니까요. 전쟁 후에 수많은 걸작 문학이 나왔다고 하죠. 인간이 극한에 처한 경험은 결국 세상에 밀도 있는 진술을 하게 마련이니까요. 유식한 말로 포스트 코로나는 어떤 세상이 될까 하고 상상해봐요.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고, 또 지금도 고통속에 있어요. 그들이 겪은 아픔은 인류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요. 누군가 다치고, 실직하고, 외면당한 기억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요. 여행사 하다가 망한 내 친구 아버지는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정상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요. 인류가 치른 수많은 전쟁 책임을 아무도 짊어지려 하지 않았듯,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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