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7일 밤늦게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동빈이형 가만 안도방에 접속해 야구 관련 이야기를 쏟아낸 일화가 두고두고 화제다. 이 방엔 롯데자이언츠 팬과 SSG랜더스 팬 등 야구팬 수백 명이 접속해 있었다.

이날 정 부회장은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약 1시간 동안 SSG랜더스와 롯데자이언츠 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롯데와 관련됐다. 정 부회장은 신 회장을 동빈이형으로 지칭했다.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일전에 롯데자이언츠를 도발한 것 때문에 이날 야구장에 왔다고 수차례 말했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 경기를 관전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건 20159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스와 경기 이후 처음이었다. 신 회장은 이날 경기가 7회가 지날 때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정 부회장은 이를 놓고 “(원래) 신 회장이 야구를 안 좋아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이어 야구를 좋아하면 나가지 않는다야구를 좋아했다면 지금까지 야구장에 그렇게 오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서야 야구장에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회장은 거침없었다. “(롯데를) 계속 도발하겠다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도 했다. 정 부회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자 일부 팬은 롯데나 다른 구단이 기분 나빠 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개의치 않고 발언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21 KBO리그가 개막하기 직전 롯데는 본업(유통 등)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야구전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본업과의 연결을 통해 마케팅은 반드시 이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어 걔네(롯데)는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하기도 했다.

롯데를 제외하고 라이벌 구단은 어디냐는 질문엔 키움히어로즈라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과거 키움히어로즈가 넥센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했다. “이번에 우리(SSG랜더스)가 키움을 밟았을 때(이겼을 때) 기분이 좋았다. XXX들 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시원하게 말했다. 정 부회장은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인 허민씨와 개인적으로 매우 친하다면서 그렇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나타냈다. 대부분은 신선하다, 응원한다는 반응들이었다. “정 부회장이 저렇게 강하게 발언하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친분이 있고, 야구를 정말 좋아하니까 그런 듯 하다” “마케팅이든 야구든 새롭고 좋은 정책이 나오는 건 맞다. 롯데나 신세계나 윈윈등 긍정적인 면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야구를 둘러싼 두 수장의 자존심 싸움은 온오프라인 할인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의 대표 계열사 이마트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달 초 500여 종의 제품을 할인판매하는 랜더스데이행사를 열자 롯데마트도 역시 야구단 이름인 자이언츠를 내건 할인전으로 응수한 것.

롯데그룹 통합온라인몰 롯데온도 이달 초 개막전 응원 이벤트를 펼쳤다. ‘원정가서 쓰윽 이기고 온(ON)’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신세계의 SSG랜더스를 직접 저격하기도 해 야구 팬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SSG랜더스 인수 당시 이마트 측은 온·오프라인 시장을 통합하고, 온라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야구단을 인수했다고 밝혔었다. 기존 고객과 야구 팬들의 교차점이 넓어 상호간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 부회장의 발언을 우려하거나 불편해하는 시선도 다수 있었다. “오너리스크가 걱정되니 지금이라도 입을 막아야 한다” “위트가 넘치는 것과 선 넘는 것은 한 끗 차이라는 식의 댓글들이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롯데 고위 관계자도 정 부회장 발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설수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도 확실한 건, 코로나19로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의 야구장과 유통업계에 신선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고 있다는 점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