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 댓글 등에 여론 들썩
이면엔 ‘불편한 진실’도 존재
분노 표출 전 3초만 생각을

편의점주·작가
편의점주·작가

자주 가는 단골 식당 몇 군데를 알려주세요.”

어느 신문사 음식 전문 기자가 전화를 했다. 즐겁게 통화하다 마지막에 기자님이 그 식당 사장님을 아세요?”라고 묻기에 모른다고 했다. 3초쯤 있다가 , 알아요라고 했다. 휴대폰 저 너머에 계시니 기자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틀림없이 안다는 거야, 모른다는 거야?’하는 표정이었을 거다.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어느 정도 돼야 우리는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식당에 제법 자주 가는 것은 맞다. 갈 때마다 사장님은 또 오셨어요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렇다면 나는 그 사장님과 아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그분은 모든 손님에게 친절한 것 같던데……. 살아가며 자신을 잃어가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안다는 믿음이다. 지식으로 아는 것에 자신이 없는 것은 물론, 사건과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측면에서도 안다는 것에 점차 자신을 잃는다.

언젠가 우리 편의점에 불친절 신고가 접수됐다. 프랜차이즈 본사 담당자가 전화로 이런저런 사례가 고객 게시판에 올라왔다라며 해당 직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우리 알바생이 손님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며 노려봤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생각에 CCTV를 돌려봤다. 손님과 직원이 무언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다. 그러다 손님 얼굴을 확대해서 봤더니, 아뿔싸! 나도 아는 손님이다. 내가 계산대에 있을 때도 툭툭 뭔가를 잘 던지던 손님이다. 담배를 툭 던지면서 이거!”하고 말하기도 하고(같은 상표의 담배를 달라는 뜻), 현금도 계산대 위에 툭 던져놓고 간다. 언젠가 과자를 하나 사면서도 그것마저 계산대에 던지듯 내려놓기에 이 사람은 습관이 원래 이런가 보다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그런 손님에게 가타부타 따져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그저 말없이 계산을 치르곤 했다. 돈이 웬수지…….

그런데 종업원 입장에서는 그게 아닌가 보다. 당연하다. 그가 이 가게 주인도 아니고, 근무복 벗으면 똑같은 사람인데, 종업원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멸시를 감내할 필요까진 없지 않는가.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손님과 똑같이 물건을 집어던지는 방식으로 대응했던 것은 분명 잘못됐지만, 어쨌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날, 이런저런 신고가 접수됐다고 알려주고는, 조심하되 너무 신경쓰지는 말라고 했다. 그리고 카운터 앞에 붙어있던 안내문을 더욱 큼지막하게 출력해 붙여놓았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소중한 가족일 수 있습니다.”

가끔 여론을 들썩이게 하는 사건이 있다. 어느 식당의 기막힌 불친절을 토로하는 글이라든지, 어떤 손님의 지독한 갑질을 폭로하는 영상이라든지, 어떤 업체나 공인(公人)의 이런저런 문제를 폭로하는 내용이라든지. 예전 같으면 뭐 그런 ××가 다 있어!’하고 곧장 화를 냈겠지만, 자영업을 하고 나서 조금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 한번 뒤돌아 다시 생각해본다. 물론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은 아니다. 얼마나 분하고 절박했으면 이렇게 글을 남겼을까, 일단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이쪽 이야기를 들었으면 저쪽도 꼭 확인해봐야겠다고 다시 신중해진다. 때로는 사건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무엇도 있기 마련이니까.

인터넷과 휴대폰의 등장으로 많은 정보가 과거에 비할 바 없이 쉽게 전달되고 확산하는 세상이 됐지만, 그만큼 쉽게 단정하는 세상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보가 넘치는 만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진실인가?’하는 회의와 각성도 과거에 비할 바 없이또렷해야 할 텐데, 현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대꾸하기 전에, 감정을 표출하기 전에, 3초쯤 되돌아본다. 내가 아는 것은 진실일까? 이것이 진실이 아닐 경우 나는 그것에 책임질 수 있는가? 내가 지금 정의라고 믿는 무엇을 잣대로 타인에게 무형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혹시 아닐는지. 조금 늦더라도, 때로는 느리게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3가 적잖은 것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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