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기업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시행령이 만들어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산업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사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의견수렴을 위한 T/F를 구성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행령 제정에 있어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 규정들이다. 무엇보다 의무사항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도대체 무얼 지키라는 거냐는 의문이 들게 해서는 안된다. 의무 수준에 있어서도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들이어야 한다.

현장 중소기업인들이 바라는 것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사업주 또는 대표자의 관리상의 조치를 분명히 해 달라는 것이다. 조치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되는 모든 사안에서 관리상의 조치 의무 위반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사업주 또는 대표자의 안전보건 의무는 관련 인력이나 예산이 적절하게 수립되고, 이행되는지 등을 산업안전 총괄책임자로부터 연 1회 이상 보고받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주 또는 대표자의 지위와 역할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의무부여가 합리적이다. 이는 사업장이 여러 지역에 나뉘어져 있어 동시에 현장을 관리·감독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도 고려한 방안이다.

중소기업은 대표자가 법령상의 이행의무 조치를 보고받기에 앞서, 의무사항을 점검하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만으로도 지켜야할 의무조항이 1222개에 달하는데, 전담인력 조차 없는 중소기업들이 이를 지속 점검하고 관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업종별·규모별 특성을 고려해 기업이 꼭 지켜야할 의무사항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전담조직과 산업안전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정부가 인증하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기관에 위탁해 점검·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그 위탁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수출이 5개월 연속 상승하고, 소비심리도 회복돼 가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취업자수는 코로나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해 3월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해결책은 기업인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말 청와대 참모들에게 기업인들과 활발히 소통해 달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의 자발적 투자는 미래의 예측가능성과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추상적이고 애매한 의무 등을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기업가 정신과 기업의 미래는 담보하기 어렵다.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 반드시 입법보완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급한대로 최소한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라도 중소기업의 현실이 반영돼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느낌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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