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산업으로 진출하고 싶어 다 알아보고 신규투자 준비도 마쳤는데, 주된 업종을 변경하면 가업상속공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포기했다. ”

지난달 26일 발족한 중기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을 맡게된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의 하소연이다. 송공석 대표는 50여년전 맨손으로 창업해 한우물 경영으로 욕실 용기부품 제조 분야 국내 1위의 강소기업을 일군 뒤 현재 두 아들에게 기업승계를 진행중이다. 그의 또 다른 고민은 계획적 승계를 위해 후계자들에게 사전증여를 하고 싶은데 한도가 100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회사규모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것이다.

때마침 고 이건희 삼성회장의 유족들이 낼 상속세가 12조원 이상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2011년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유족이 낸 상속세는 약 34000억원인데, 3.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 상속세율에서 기인한다. 50%인 세율은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특수관계인 할증 20%를 적용하면 60%에 달한다. 이렇기에 100%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세대를 걸쳐 60%씩 세금으로 내면 3대째는 16%, 4대째는 6.4%만 남는다.

독일 등 OECD 주요국들은 승계과정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영권을 상실하지 않도록 상속세를 대폭 낮추거나 폐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과 요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제고하고 기업승계를 장려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의도다.

2019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30년이상 우리나라 장수기업 CEO의 평균연령은 63.6세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그만큼 원활한 기업승계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당면 현안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승계 원활화를 위해 가업상속공제제도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기중앙회의 정책적 노력으로 20071억원이었던 공제한도는 500억원으로 확대되고, 10년이던 사후관리 요건도 2019년에 7년으로 축소되는 등 제도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종변경이 중분류로 제한돼 있고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도 비상장회사 50%, 상장회사 30%로 너무 엄격해, 연간 사용 건수가 2019년 기준 각각 88, 102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은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가업승계자산의 85% 또는 100%를 과세가액에서 공제해주고 있어 가업승계 지원세제 이용실적이 연 평균 13000건을 넘는다. 일본도 2018년 가업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도입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전액 유예하거나 면제해 2년 만에 신청 건수가 10배 급증하는 등 활발한 세대교체와 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승계는 개인의 부가 단순 이전되는 일반 상속과는 다르다. 기업의 생존이 근로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책임의 대물림이다. 불합리한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하루빨리 현실에 맞게 보완해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다수의 명문장수기업을 탄생시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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