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준(53) 효성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 4년 만에 공식적인 총수 자리에 오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오는 3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효성그룹 동일인(총수)에 지정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매해 51일에 맞춰 공시 대상 기업집단과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특히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석래(86) 효성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뀌는 등 기존 대기업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동일인 지정 변경을 요청한 점이 그 이유다. 쿠팡 등 새로운 기업들이 동일인 지정 대상에 포함된 영향도 존재한다.

공정위가 주시하는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면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지주회사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되고 관련 사항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또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과의 거래가 모두 공시 대상이 돼 집중감시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집단을 따로 규제하는 것은 해외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고 지적한다. 총수를 별도로 지정한다는 개념도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7년 이미 그룹에 회장으로 올라갔지만, 공정위는 효성의 실질적인 총수를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이라고 봐왔다. 공정위는 고령인 조 명예회장의 건강이 나쁘다는 점, 모든 경영 판단을 조 회장이 사실상 다 하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동일인 변경이 필요하다는 효성 측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회장이 취임한 이후 효성그룹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효성이 효성티앤씨·효성첨단소재·효성화학·효성중공업 등을 거느리는 구조다. 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스판덱스 사업의 세계 1위 지위를 지키면서 2위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린데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세계 최대 액화수소공장을 짓는 등 신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매각이 불가피했던 효성캐피탈도 지난해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넘겨 3752억원의 현금을 갖게 됐다.

효성은 올해 핵심 계열사의 활약을 통해 반등을 노린다. 증권가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 4곳의 올 1분기 실적은 모두 전년 동기 실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주력 상품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효성그룹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 효성티앤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1514억원이다. 이곳 실적이 이처럼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스판덱스 덕분이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는 세계 시장점유율이 33%에 달해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섬유 산업의 반도체로 불리기도 하는 스판덱스는 석유화학물질인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신소재다. 강도와 신축성이 좋아 기능성 스포츠 의류, 마스크 이어밴드 소재 등으로 사용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운동복, 마스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스판덱스 수요도 덩달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에서 성과를 내는 중이다. 탄소섬유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 탄성은 7배에 달해 자동차 강판을 대체할 신소재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경량화가 필수인 수소연료탱크 핵심 소재로 사용되면서 글로벌 시장 주목을 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수소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조 회장은 지배구조 정리를 말끔히 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버지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승계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 명예회장은 효성(9.43%)·효성티앤씨(8.19%)·효성첨단소재(10.18%)·효성중공업(10.18%)의 지분을 분산 보유하고 있다. 장남 조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경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조 명예회장의 지분이 형과 동생에게 균등하게 나누어질지 혹은 형에게 몰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 지주사 기준 지분율은 조 회장이 21.94%, 조 부회장이 21.42%로 생각보다 매우 근소한 차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끼어 있어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계열사도 지난해 기준 15곳이나 돼 공시대상 기업 64곳 중 가장 많다.

지난해 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조 회장은 또 다른 혐의인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등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따라붙은 사법리스크도 해갈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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