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실무매뉴얼 제작 배포
법률자문·원가분석도 지원 방침
내달부터 온-오프라인 신청 가능

김기문 회장, 10년 넘은 숙원 해결
복잡한 신청요건 등은 개선 과제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출범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21일부터 수탁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는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출범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21일부터 수탁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지난 21일부터 수탁기업(중소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에 근거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는 공급원가 변동에 따라 납품대금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수탁기업(중소기업)을 대신해 중기중앙회가 위탁기업(대기업)과 조정협의를 진행하는 제도다.

중기중앙회는 제도 시행 초기인만큼 중소기업들이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매뉴얼을 제작·배포했으며,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함께 조정협의를 신청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자문 및 원가분석도 지원할 계획이다.

중기중앙회를 통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활용하려는 중소기업은 상생협력법에서 정한 기본요건공급원가 변동요건을 충족하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하며, 신청요건 및 진행방법 등 자세한 내용은 중기중앙회 홈페이지에서 중소기업 실무매뉴얼을 참조하면 된다.

조정협의 신청 접수처는 중소기업이 소속해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며, 5월부터는 중기중앙회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원가상승분 반영 못하는 현실

사실 이 제도는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 과제 중 하나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납품대금 제값받기 환경 조성을 위한 상생협력법 개정 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에게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제값받기는 가장 큰 숙제입니다. 13년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납품대금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원자재가격 파동에 따른 납품대금 문제로 촉발된 중소기업인들의 집단행동이 만든 역사적 산물로, 처음 시행된 것은 200941일이었다. 단체행동으로 어렵게 만들어 낸 제도이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 중소기업이 조정협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납품대금 조정신청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중소기업은 해당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납품대금 조정신청을 했다가 거래중단 등의 보복조치를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소기업계는 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2020년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체의 59.7%공급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은 원인으로는 경기불황에 따른 부담 전가(33.8%)가 가장 많았고 관행적인 단가 동결·인하(31.7%) 위탁기업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 구성(9.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급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공정하게 반영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원자재 변동분 단가에 의무적 반영(64.4%) 주기적인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16.2%) 부당한 납품단가 감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8.4%) 등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조사에 의하면 수출 중소기업 45.3%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가격경쟁력 저하(47.8%) 거래처와의 관계(28.7%) 등이었다.

이러한 흐름속에서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신해 납품대금 조정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중소기업계에게 보호막을 씌워준 것과 같다는 분석이다.

 

김기문 회장 공약, 2년 만에 실현

이 제도가 시행되기까지 중기중앙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이 제도의 시작점은 2019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기문 당시 중기중앙회장 후보는 공약사항 중 하나로 중기중앙회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를 제시했다. 10년 이상 해묵은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그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 건의를 시작으로 중소기업계는 수차례 건의를 했다. 7월 중소기업계의 지속적인 건의 끝에 정부는 공정한 거래문화 조성을 위해 상생협력법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도입하고 중기중앙회를 협의주체로 포함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그리고 이 해 12월 공식적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당··청이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의 골자는 납품대금 조정신청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기중앙회에도 조정협의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2020511일에는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참석해 중소기업계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대금 후려치기 문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현장 맞춤형 납품대금 조정을 목표로 업종별 거래현황 모니터링 원가 가이드라인 분석 협동조합의 납품대금 조정사례 발굴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6월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공급물가 상승 시 중기중앙회가 대기업 등과 납품대금 조정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상생협력법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9월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적 기반이 마련된 순간이었다.

 

엄격한 신청요건 개선돼야

새로운 제도가 지난 21일부터 시행된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제도의 활성화다. 하지만, 복잡한 신청요건, 약한 이행력 등 여전히 개선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 건의로 총회 개최요건 삭제 등 절차 부분이 일부 개선됐지만, 중소기업협동조합을 경유해야하고 계약금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재료비가 10% 이상 상승해야하는 등 신청요건이 여전히 엄격하다또한 위탁기업은 협의에 응할 의무만 있을 뿐 납품대금을 실제로 올려줄 의무가 없어 제도 이행력도 약하다고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는 엄격한 신청요건을 완화하고, 제도 이행력을 강화해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정책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생산원가 상승 분이 납품대금에 자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원가 연동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주장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연동제가 도입되면, 조정신청을 하지않아도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일정한 공식에 따라 납품단가도 함께 상승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편리한 제도다.

현장의 중소기업은 대부분이 입찰이나 납품계약 방식으로 일감을 받아오는데, 이때 납품단가가 미리 정해져 고정된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못하는 이유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이점을 지적한다. 그는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원자재 가격 급등시 중소기업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원자재 구매 지원과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분에 대한 납품단가 원가연동제 도입 등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납품대금 조정신청제도

수탁기업(중소기업)이 원가 변동 시 납품대금 조정을 신청하면 위탁기업(대기업)10일 내 협의를 시작하고, 성실히 협상하도록 하는 제도. 기존에는 해당 중소기업이나 협동조합만 조정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대기업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에도 조정신청권을 부여했으며, 421일부터는 중기중앙회가 수탁자를 대신해 협상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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