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에 안주 않고 변신 지속
“매너리즘 빠지면 경쟁서 도태”
홈술 유행 직감, 시장 52% 점유

지난 10년간 맥주 시장의 1등 기업은 오비맥주였다. 10년간 1등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이다. 소비재 상품시장에서 매너리즘은 선두 기업이 경계해야 할 제1 리스크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하루 아침에 선호 상품을 바꾸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다면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3월에 열렸던 오비맥주 기자간담회에서 배하준 대표의 선언이 인상적이었다. “오비맥주는 지난 10년간 1위였다고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끝없이 혁신하는 기업이 되겠습니다.”

이날 배하준 대표는 투명한 유리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카스였다. 카스는 부동의 1위를 지키게 해준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다. 그런데 원래 카스는 갈색 유리병에 담겨 팔렸다. 이날 배하준 대표는 새로 옷을 입은 카스를 소개한 것이다. 바로 올 뉴 카스. 맥주가 투명 병으로 출시된 것은 국내에서 올 뉴 카스가 처음이다.

유리병 색깔을 바꾼 게 혁신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주류시장에서는 매우 특별한 일이고, 과감한 도전이다. 주류시장의 소비 트렌드는 보수적인 편이다. 소주 유리병이 과거에는 투명이었다. 그러다가 초록색으로 바뀐 후 수십년간 모든 소주회사들이 유리병을 초록색을 고수하고 있다.

맥주 유리병은 갈색이다. 그게 주류시장의 오랜 불문율이다. 그런데 오비맥주가 그 규칙을 흔들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려고 한다. 투명 유리병 카스를 선보이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에는 무알콜 맥주 카스 0.0’을 선보였다. 이후 올해 1월에는 초록 유리병에 담은 새로운 맥주 브랜드 한맥을 출시했다.

배하준 대표

배하준 대표는 규칙을 깨는 혁신 CEO’.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오비맥주 혁신을 진두지휘 중이다. 배 대표는 한국인이 아니다. 그는 벨기에 사람이다. 본명은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 한국 이름으로 개명을 한 것이다. 본명을 최대한 살려 배하준으로 지었다. 주류시장 CEO로 친근한 한국식 이름을 갖는 것도 틀을 깨는 발상이다.

그는 이름만 한국식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도 우리만의 표현을 쓴다. 미팅 때마다 한국어 사자성어를 자주 인용한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오비맥주 직원들과의 사이도 돈독하다. 격식을 따지지 않고 소통한다. 한국인을 상대하기 위한 설득의 전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외국인 CEO도 드물다.

배 대표는 젊다. 올해 45세다. 그런데 세계 맥주시장에서 경력만 20년을 쌓은 베테랑 전문가다. 특히 그의 고향 벨기에는 맥주의 본거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벨기에 맥주가 올라가 있을 정도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맥주 전문 기업 AB인베브에서 배하준 대표는 영업·마케팅·물류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2001AB인베브 입사 후 룩셈부르크 영업 임원, 남유럽(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지역 총괄 사장, 남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을 지냈다. 전 세계 맥주시장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 1월 오비맥주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경쟁 업계는 실력자가 한국에 온다고 바짝 긴장했다.

20년 넘게 맥주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대응해 왔으니 과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는 시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책상에 앉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조사하고 느끼는 스타일이다. 배 대표는 자주 주류 판매업소를 다니고, 편의점과 마트 등을 답사한다. 탐방은 그의 주특기다. 현장형 CEO.

코로나19가 본격화되자, 그는 한발 먼저 홈술이 유행할 것을 직감했다. 홈술은 가정용 주류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호다. 그래서 지난해 호가든 그린그레이프’ ‘카스0.0’ ‘필굿7’ 등 신제품을 내놨는데 이게 집에서 혼자 즐기기에 적합한 상품들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는 무려 52%라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올해가 더 기대되는 해다. 앞서 설명한대로 배 대표는 연초부터 올 뉴 카스, 한맥 등 막강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비맥주가 파격 변신하고 있다는 걸 시장에 보여주고자 한다. 배 대표 취임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 달라진 점은 바로 오비맥주가 업계 1위에 안주하면 안된다는 메시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하준 대표는 오비맥주의 변신을 이끌고 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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