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세계로 향하는 카카오
모빌리티, 3000억원대 투자금 확보
차량정비·퀵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

엔터, 쿠팡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

기업가치 20조원 이상 평가 유력시

전세계 웹툰 플랫폼 구축 정조준
비트코인 관련, 두나무 가치도 급등

삼성전자, BTS, 봉준호 감독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주역들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음 주자는 누가 될까. 카카오나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주요 후보 중 하나로 점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최근 주식시장은 카카오 소식으로 핫 하다. 액면분할을 비롯해 악재가 없고, 성장성 호재가 넘쳐난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계열사의 해외상장 언급은 국내 증시 관계자들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카카오가 또다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주식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분할을 했다. 지난 9일 종가 558000원에 거래를 마친 카카오의 한 주 가격은 다음 거래일인 15111600원으로 바뀌었다. 카카오는 액면분할을 앞두고 12~14일 사흘간 거래를 중지했다.

 

액면분할 후 주가 급상승

액면분할 자체는 기업가치에 전혀 영향이 없다. 단순한 나누기다. 하지만 주가에는 긍정적 재료로 여겨진다. 한주당 수 십 만 원에 달하던 주가가 수 만 원 대로 낮아져 가격 부담이 낮아지고, 그만큼 개인 등 소액 투자자가 접근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문턱이 낮아진 만큼 거래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 거래가 많아져 거래량이 늘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일도 더 많아진다.

실제 카카오가 2월말 액면분할 계획을 공시한 이후 주가는 15% 올랐다. 그만큼 기대가 큰 것이다. 물론 액면분할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최근 호재가 많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관계를 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월 사모펀드 칼라일에서 2200억원(2억달러)을 투자 받았고, 4월초에는 구글에서 565억원(5000만달러) 투자금을 유치했다.

실탄을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3월에는 차량 정비, 세차, 중고차 서비스를 시작했고, 4월에는 퀵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흑자 전환을 넘어서고,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주요 글로벌 투자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카카오에 이어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칼라일, 오릭스캐피탈, 구글이 2~5대 주주로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중요한 디딤돌이 돼줄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시 주주 구성이나 주요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는 상당한 힘이 된다.

카카오가 지분을 투자한 두나무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두나무는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이다. 비트코인 거래액이 급증하며 두나무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카카오는 두나무의 지분 21.3%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주요 계열사들이 대거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올해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예정하고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는 긍정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지배구조가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총평을 내놓았고,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 자회사들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았다.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증권가에 파장이 일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증시 뿐 아니라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카카오엔터처럼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이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진수 대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가 178억달러(2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갑작스런 소식에 한국거래소엔 비상벨이 울렸다. 쿠팡에 이어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등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줄줄이 미국행에 나서는 건 한국거래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뉴욕상장 시 시너지 효과 기대

한국거래소가 진위 확인에 나서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국내외 상장 일정과 시기가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이진수 대표가 직접 구두로 밝힌 만큼 미국 상장은 지속적으로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면 위에서건 아래서건. 더구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사업은 미국 상장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콘텐츠를 총괄하는 계열사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통합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M은 음악·영상·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는 회사다. 콘텐츠의 기본이 되는 스토리 지적재산권(IP)에서부터 영상 제작, 연예 기획사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모두 책임지고 있다. 두 회사의 지난해 매출을 합하면 1조원 안팎이다.

콘텐츠의 수직계열화는 업계의 대세다. 카카오뿐 아니라 경쟁사인 네이버도 같은 모델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먼저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콘텐츠 플랫폼을 확보한 다음 이를 사용해 엔터테인먼트 다른 분야로 콘텐츠를 재생산하는 모델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스위트홈’ ‘승리호’ ‘좋아하면 울리는’ ‘킹덤등 성공 사례는 끝이 없다. 동남아를 넘어 세계를 겨냥 중이다.

모두 웹툰, 웹소설에서 씨앗을 텄다. 웹툰 분야는 특히 국내 기업이 전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웹툰을 처음 시작한 것도 우리나라다. 미국의 그래픽노블이나 일본의 망가와는 또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MZ세대 중에는 웹툰을 통해 만화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국내외의 콘텐츠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산업의 씨앗이 되는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올해 초 왓패드를 사들였다. 왓패드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월간 이용자수(MAU)9000만에 이른다. 네이버는 6600억원(6억 달러)을 들여 왓패드 지분 100%를 인수했다. 2월에는 한국 웹툰을 번역해 190개국에 서비스하는 태피툰의 운영사 콘텐츠퍼스트에 투자했다.

 

올해 1조 들여 플랫폼 인수 추진

카카오는 래디쉬와 타파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래디쉬는 북미의 웹소설 플랫폼으로 미국에서 5위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파스는 북미 웹툰 플랫폼으로 카카오 측이 이미 지분 40%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욱 확대하는 중이다. 일본에선 카카오재팬이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 중이다. 픽코마는 일본 전체 만화 모바일 앱 매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픽코마에 국산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와 네이버가 문피아 인수를 위해 격돌 중이다. 문피아는 네이버 카카오를 제외하면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등록작가수는 47000, 월평균페이지뷰는 1억회 이상, 방문자수는 40만명에 달한다. 문피아 기업가치는 4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경쟁 입찰에 들어가면 몸값은 더욱 오를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에만 1조원을 들여 국내외 자산을 사들일 계획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세계 시장에서 제2의 디즈니가 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목표는 모든 언어로 모든 나라에 웹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말한다.

미국증시 상장은 이러한 꿈을 이루는 데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쿠팡의 상장보다 한 단계 진화한 모델이다. 쿠팡은 한국 내 사업만 하고 있지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카카오는 진화하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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