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은 끼인각이다. 사천, 통영, 마산을 이웃하면서 정작 자신을 보여주는 것은 상족암 뿐이다. 운흥사 천년고찰이나 당항포관광지, 남일대 해수욕장 등 나름대로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있지만 어디 상족암과 비견할 수 있겠는가? 상족암 일원은 오는 2006년에 “경남고성 공룡 세계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란다. 상족암은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첫 모습 그대로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손쉽게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리라.
거제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상족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나오는 길목에 문수사와 보현사 팻말이 보인다.
무이산(570m) 자락에 있는 문수사(고성군 상리면 무선리). 하지만 차를 멈추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매듭을 짓는다. 문수사는 ‘문장이 뛰어난 고승들의 수도장이었고 고성 운흥사에서 출가하고 옥천사에서 득도했다고 알려진 청담선사의 부도비도 있다.

한려의 비경을 품은 문수사
문수사가 좋은 점은 절집 앞으로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이 마치 무리 진 봉우리처럼 쪽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려수도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은 결코 빠트릴 수 없는 비경이다. 눈앞으로는 보현암의 불상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내 언젠가 또 인연 닿아 그곳을 찾을 일이 있을 테지.
팻말 따라 상족암군립공원(하이면 덕명리)으로 향한다. 우선 제전마을은 뒤로 하고 수련원 쪽으로 향한다. 몽돌해변은 몇 해의 세월동안 종이장처럼 얇아지고 있다. 조수에 씻길 대로 씻겨진 검은 돌이 안타까울 정도로 변해 버렸다.
나무로 잘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다. 부슬부슬 비에 젖은 바다.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에도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물이 들어차서 쌍발로 가는 길이 여간 힘들지 않다. 고개를 들어 선녀탕이라는 팻말을 따라 힘겹게 오르니 바로 쌍발과 길이 연결된다. 해안에 나 있는 층암단애(층층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는 여전히 이국적인 멋을 자아내게 한다.

이국적인 멋의 해안절벽
암굴을 찾아 들어간다. 쌍발보다 더 눈요기가 되는 곳이 바로 이 암굴이다. 암굴은 암벽 깊숙이 동서로 되돌아 돌며 뚫려 있는데 정초이어서인지 무속신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동굴 안에는 촛농냄새로 가득 차 있다.
뚫린 동굴 끝으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동굴. 희망과 절망이 함께 절규하듯 서로 밀치기 줄다리기를 친다. 그저 이것으로만 족하고 돌아서려는데, 관광객 한 사람이 친절하게 쌍발이 더 멋지다고 강조하고 있다. 쌍발. 모양이 마치 밥상다리 모양 같다 하여 ‘상족’, 여러 개의 다리모양 같다 하여 ‘쌍족’또는 ’쌍발이’라고도 불린다. 다리 모양을 이루고 있는 돌 층은 시루떡을 켜켜이 쌓아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다.

공룡의 발자취
길지 않은 길을 걸어 나와 해변을 가로지르며 제전마을로 향한다. 길은 바다를 끼고 양옆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따로따로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저 눈요기로 만족했던 공룡박물관을 들어가 보기로 하면서 수련원 뒤로 고개를 젖힌다. 산능성이에도 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뒤덥혔다. 입장료 3,000원. 과연 볼거리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들어선 관내.
공룡에 관심 많은 어린아이들은 너무나 ‘좋아라’ 한다지만 공룡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터라 그저 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 너무 학술적인 것은 아닌가. 모두 다 보는 시각이 다르니 분별심은 가질 필요 없을 터. 나오면서 잠시 바다를 향해 만들어 놓은 전망대로 다가선다. 안개에 가려 불투명한 바다지만 가슴 밑바닥까지 시원하다. ‘그래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발길은 제전마을을 향하고 있다.
한해 전에 들렀던 용골횟집(055-832-3489)에 인사도 없이 돌아서기는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잠시 차 한 잔으로 안부를 묻고 돌아서려는데 결국 또 발을 붙잡혔다. 아니 어쩌면 붙잡은 것은 내 자신일 것이다. 먼데서 온 손님이라고 도다리와 참숭어를 잘게 썰어 겨울배추, 참기름과 마늘, 고추를 섞은 된장 양념장. 특별히 껍질을 벗기지 않고 썰었다는 검은 비닐을 그대로 뒤엎은 도다리는 여느 때보다 고소하게 입안을 매료시킨다. 봄에 가장 맛이 좋다고 해서 남해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맛을 즐기러 찾는다고 하던 바로 그것이다.

봄 도다리 한점, 인정 한점
바닥을 윤기 나도록 씻고 씻는 여주인의 깔끔함은 여전하다. 이웃하고 있는 고기를 잡아주고 있는 이장내외도 합류했다. 험한 뱃일에도 이장의 얼굴은 늘 도회지 적이다. 윤기 반지르한 얼굴에 눈웃음까지. 옆에 앉은 아내의 질투 어린 눈빛은 짙은 눈주름 위에 여실히 드러난다. ‘여자’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 모습에 잠시 미소가 멈추고 사라진다. 오랜만에 만나도 늘 반가운 사람들.
저녁이 이슥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 때에 바다는 어둠속으로 습한 봄기운을 품어내고 있었다.

■자가운전 :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이용. 서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다시 고속도로 사천 인터체인지를 나와 3번 국도를 이용. 곧추 40여분 달리면 사천시(구삼천포)에 닿고 여기서 고성읍을 잇는 58번 지방도로 이용. 문수사는 사천~고성간 도로를 이용하면 가장 빠르고 상족암에서는 다소 복잡하다.
■별미집과 숙박 : 제전마을의 용골횟집을 비롯하여 바닷가에 횟집과 모텔이 있다. 용골횟집은 자연산 회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박도 가능하다. 삼천포의 신선찜질방(055-833-226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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