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창립 20돌 맞은 이디야 커피
문창기 회장 합류 뒤 성장가도 질주
가맹점·직원수 40여배로 고공행진
코로나 속 역발상 투자도 매출 견인
빅데이터 활용, 다양한 맛 원두 생산
연내 증시 상장·인수합병 적극 검토

코로나19사태는 커피 전문점에 큰 타격을 줬다. 동네 작은 카페들은 임대료 압박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았고,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 사회적거리두기·방역수칙에 따라 커피 전문점은 영업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물론이고,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1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한때는 포장 주문만 가능하기도 했다. 이는 특히 대형 커피 매장에 직격탄이 됐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런 기능을 주로 하던 대형 카페일수록 매출에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평균 매출은 1~2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평균 30%, 5~6월 기준 50% 이상 줄었다. 그렇지만 커피 업계가 모두 고전한 건 아니다.

 

비대면 속 스틱커피 판매 급증

전체 커피 소비는 코로나19사태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조사를 보자. 이에 따르면 2020년 국민들이 가계가 커피와 차류를 마시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1분기 1625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8% 늘었고, 2분기에는 193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원두 수입량 역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176000t(73000만 달러 어치)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겼다. 전년 대비 물량은 28%, 수입액은 35% 늘었다.

이와 관련 IBK투자증권 보고서에선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내점영업을 중시하던 대형 커피숍은 타격을 받았지만,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을 중시했던 소규모 업장과 중규모 업장은 성장한 곳도 많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는 홈 바리스타가 등장했고, ‘홈 카페관련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원두 분쇄기, 원두커피의 판매도 함께 늘었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지, 아니면 지속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면 카페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다시 많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 커진 배달, 홈 카페 시장 역시 계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이디야커피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4월 경기도 평택에 커피 생산 공장 이디야 드림팩토리를 설립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규모다. 연간 생산규모는 6000t.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모두가 숨죽이고 복지부동하던 때였다. 매장 내 소비는 급감하고, 다른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었다.

역발상 공장 가동은 성공적이었다. 가맹점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대신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같은 홈 카페용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디야커피의 스틱커피 비니스트(BEANIST)’는 리뉴얼 이후 6개월간(4~9) 전년 동기 대비 34%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인기 상품인 비니스트 토피넛라떼는 전년동기 대비 67% 매출이 올랐다.

이디야커피는 이전까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원두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드림팩토리를 가동하며 직접 생산과 자체 로스팅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원두 품질이 크게 나아졌고, 개선된 맛과 향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가다. 시장 호응에 힘입어 이디야커피는 비니스트 유통채널을 대형마트, 편의점, 쿠팡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으로 확장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41일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본사 사옥에서 창립기념식을 가졌다. 2001년 설립된 이래 스무 해가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된 것.

이디야커피가 본격적으로 성장한 건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이 합류하면서 부터다. 금융전문가이던 문창기 회장은 2004년 이디야커피를 인수하며 커피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매장 수는 80, 직원은 10명에 불과했다.

 

문 회장, 직접 세계 각국 돌며 생두 발굴

이디야커피는 국내 커피 시장의 확대와 함께 급격히 성장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를 보자. 우리나라 원두 수입량은 20125400t에서 매년 13% 이상 성장하고 있다. 작년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소비지출에서 커피 관련 지출도 지난 5년간 108.2% 증가했다. 커피 전문점 매출액은 20099703억원에서 201868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커피전문점 수도 200927000개에서 201866000개로 144.4% 증가했다.

커피 시장 성장과 함께 이디야커피도 문 회장의 지휘 아래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가맹점은 20131000호점, 20162000호점, 20193000호점을 돌파했다. 매출은 20151355억 원에서 20192207억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가맹점 매출을 합하면 1조원에 이른다. 직원수는 430여 명으로 늘었다. 이디야커피는 현재 국내 1위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창기 회장의 경영 방침은 품질에 대한 고집, 가맹점과의 상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립기념행사에서 문 회장이 강조한 것도 바로 그 두 가지다. “어떠한 경우에도 품질과 맛이라는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문 회장은 가맹점주에 대한 고마움, 임직원에 격려를 표했다.

품질 경영을 살펴보자. 이디야커피는 2010년 커피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끊임없이 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디야커피의 R&D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남미, 중미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산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생두를 발굴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제품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전국 가맹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검증 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블렌딩 비율과 로스팅 기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드림팩토리에는 세계적 첨단 로스팅 기기 제조사인 스위스 뷸러와 독일 프로밧의 설비를 도입했다. 생두 투입부터 이물 선별, 로스팅,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드림팩토리에서는 열풍식, 반열풍식 로스터기를 혼합 사용하며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각기 다른 로스팅 방식을 적용해 다채로운 맛의 원두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점포개설비·로열티, 업계 최저 수준

이디야커피의 가맹점 사랑도 남다르다. 문창기 회장은 초기부터 가맹점 우선 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점포 개설비도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낮고, 로열티도 월 25만원으로 고정했다. 업계 최저 수준이다. 문 회장은 커피 한 잔에 본사와 가맹점,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성년이 된 이디야커피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1월 유튜브로 열린 이디야커피 시무식에서 문 회장은 이렇게 밝혔다.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디야커피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말 상장을 추진하다 접은 바 있다. 당시 이디야커피는 미래에셋대우와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주관 계약을 맺는 등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끝을 보진 못했다. 인수·합병 대상은 커피 전문점 사업과 시너지를 볼 수 있는 IT나 배달 관련 스타트업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커피는 세계인이 함께 마시는 음료다. 미국엔 스타벅스, 이탈리아엔 일리, 일본엔 도토루가 있다. 그럼 한국엔? 한국 이디야커피의 도전은 계속된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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