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다,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운동 구호다. 당시 미국경제는 경기침체 장기화와 높은 실업률속에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었다. 모든 문제는 경제였고 성장률이었고 일자리였던 것이다. 현역 대통령을 이기고 집권에 성공한 빌 클린턴 시절, 미국경제는 장기호황을 구가했다.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넘어 연 평균 3.8%씩 성장했다. 일자리도 쑥쑥 늘었다. 클린턴이 경제에 관해 가장 뛰어난 역대 대통령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지난 4·7 서울·부산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지난해 4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라며 여당에 180석을 몰아준 민심이 1년만에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국민들은 정책기조를 대전환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라는 것을 보여줬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선제적 정책지원과 치밀한 방역대응에 국민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더해지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고, 기업들은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유지하며 전세계가 K-방역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입법에 집값폭등과 세금문제까지, 그리고 OECD 37개 회원국중 35위라는 너무나도 더딘 백신접종 속도탓에 각종 정책이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청와대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민생안정, 부동산 부패청산 등 선거결과로 나타난 국민들의 요구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때마침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안일환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도 현장과 소통하겠다며 7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각 부처 장관들이 현장을 많이 찾아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정책을 신뢰하게 된다. 서로가 가진 생각들을 교환하고 소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라고 요청했다. 이호승 실장도 중기중앙회장이 요청하면 청와대 참모진이든 장관이든 자주 찾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의 이러한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초기 시민단체 출신이 차지하던 경제라인을 최근 경제전문가로 모두 채우면서 경제계 인사를 만나 고충을 듣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라고 주문한데 따른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현장과 소통하면서 경제를 우선시하고,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닌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현장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집행하고, 집행된 정책은 철처한 사후관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야당도 이번 선거결과만 가지고 자만하면 안된다. 스스로 잘해서 승리한게 아니라는 점을 잘 알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지 않으면 내년 3월 대선과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또다시 외면받을 수 있다. 과거 야당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고도 6개월뒤 치러진 대선에서 패배했다.

경제살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번 선거결과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을 준비하며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새로운 산업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글로벌시장도 급변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뒤처지면 국가경제와 국민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

663만 중소기업은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몇십명에서 몇백명에 이르는 근로자와 함께하는 경제 공동체이다. 내년에도 중소기업을 위해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정당을 지지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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