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LG전자가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는 날이 될 수 있다. 이날 전면 재검토에 돌입한 스마트폰 사업이 철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LG전자 이사회에서는 관련 내용 논의 후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 직원 3700여명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모바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이후 약 2달만에 현실화가 된 모양새다.

권봉석 사장은 지난해 3LG전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올해 취임 2년차다. 코로나19 위기라는 큰 악재와 함께 대표 임기가 시작됐다. 이제 LG전자에서 모바일 사업이 부재하게 되면 주력해야 할 분야는 TV 분야와 생활가전 분야다. 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등 경쟁자들과 험난한 주도권 다툼을 피할 수는 없다.

먼저 권봉석 사장은 올레드TV’LG전자 TV사업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의 올레드TV와도 치열한 경쟁 중이다. 올레드TV는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조명이 없어도 화면을 표시할 수 있는 자발광 TV’라고 한다. 그래서 더 얇은 제품인데도 더 나은 화질과 더 높은 명암비를 보여주는 고사양 제품이다.

TV시장은 누가 먼저 높은 기술로 시장을 주도하느냐의 기술경쟁이 치열하다. 올레드TV라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LG전자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자발광 TV에 관심이 없던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할 정도다. 문제는 삼성전자는 전 세계 TV시장에 1위를 고수하는 1TV업체라는 것이다. 무려 15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격돌이 예상된다. 소비자가 기대할 것은 가격이 저렴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LG전자 올레드TV 평균 판매가격은 210만원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는 LCD TV의 평균 판매가가 50만원대다. 결국 LG전자는 프리미엄 TV로 이득을 톡톡히 챙기고 있었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 진입하면 권봉석 사장은 가격정책에 골머리를 앓을 수 있다.

일단 LG전자 올레드TV 판매량 자체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처음으로 연간 판매량 200만대를 넘었다. 다만 삼성전자 이외에 경쟁사들이 LG전자 못지않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예로 중국의 샤오미 같은 경우는 최근에 투명 올레드TV를 상용화했다. 투명 올레드TV를 시장에 내놓은 건 샤오미가 최초다.

권봉석 사장은 올레드TV 시장에서 가격과 성능향상과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할 시기가 온 것이다.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와 같은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일단 LG전자의 현재 성과는 엄청나다. LG전자가 작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는데 생활가전에서만 23000억원 정도를 거둔 것으로 나왔다. LG전자의 메인 사업이 바로 생활가전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권봉석 사장이 대표가 된 뒤로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기존 가전이외에도 조금 독특한 제품들에 집중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 입에 걸치는 휴대용 공기청정기와 같은 상품이다. LG전자는 퓨리케어 웨어러블 공기청정기라고 이름을 붙였다. 아직 한국 출시는 미뤄지고 해외에서 먼저 팔고 있다. 코로나19 특수와 맞물려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수제맥주제조기 홈브루도 판매중이고, 얼마 전에는 식물재배기도 새로 공개했다.

권 사장이 이렇게 새로운 생활가전 제품 상용화에 열을 올리는 건 일단 예전과 달리 소비자 취향이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활가전에서도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끼는 거 같다.

그러한 일환에서 LG전자가 요즘 로봇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LG전자 로봇은 청소하는 로봇, 음식을 운반하는 로봇, 배달로봇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일부 병원이나 리조트, 편의점, 일반 건물 등 여러 곳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아직 일반 가정을 상대로 한 B2C는 하지 않고 있지만, 곧 가전기업인 LG전자가 로봇을 본격 판매하는 일이 얼마 안남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 사장은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고 그 빈 자리를 TV와 생활가전, 로봇 등의 다른 사업들로 메꿔야 한다. 취임 2년차인 그에게 새로운 도전과제가 주워졌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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