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무상 지급금지 2년
헝겊 장바구니 이용 자리매김
‘녹색 미래’로 차분한 발걸음

봉달호(편의점주·작가)
봉달호(편의점주·작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돼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사회나 자연 교과서에는 한강에서 발견된 기형 물고기 사진이 실려 있곤 했다. 사진을 가리키며 선생님께서는 이대로 환경 오염이 계속되면 너희들이 어른이 됐을 때는 아무것도 함부로 먹을 수 없게 되고 모두가 방독면을 쓰고 다니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 더럭 겁을 주셨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세상은 오히려 깨끗해지지 않았나 싶다. 악취 풍기고 발 담그기도 두렵던 한강은 이제 여유롭게 낚시와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됐고, 땅 아래 묻혀있던 청계천은 시민들의 휴식처가 돼 왜가리가 날고 버들치가 물살을 거스르고 있으며, 중국발 황사가 있긴 하지만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던 자동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구를 휩쓸고 있는 역병으로 잠시 마스크를 쓰고 있긴 하지만 대기 오염으로 방독면을 쓰는 시대가 올 거라는 경고는 분명 지나친 과장이었다.

그렇다고 지난날 환경교육이 완전히 잘못된 것일까? 지나친 공포를 조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그럼으로써 우리의 미래는 이만큼 지켜지지 않았나 싶다. 과학이 발달하는 만큼 세상은 망가질 줄 알았지만, 세상을 지키는 기술 또한 앞서 발달했다. 뒤돌아 우리는 그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 자식들의 미래 역시 좌절할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을 갖는다. 그렇다고 다 잘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고가 미래를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또 다른 교훈까지 얻는다. 지나치지도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느슨한 긴장감을 갖는 가운데 세상은 달라지리라는 희망을 구하는 것이다.

기술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의식도 달라졌다. 내가 어릴 적 바다나 계곡에 가면 고기를 구워 먹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일이라 생각지 않고 그것을 부러워했다. ‘무슨 고기를 먹나?’하면서. 지정된 캠핑장이 아닌 이상,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대형 행사를 치르면 상당한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지만 질서 의식은 과거에 비할 수 없이 높아졌고, 투명 PET병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는 시대까지 됐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마저 왜 그래야 하는데?” 묻던 시절에 비하면 천지개벽을 이룬 것이다. 그것이 불과 20~30년 사이 일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비닐봉투를 무상 지급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지도 벌써 2년이 흘렀다. 처음에는 왜 봉투 값을 받아요?”라고 눈을 크게 뜨던 손님들도 이제는 당연하게 여긴다. 저마다 봉투는 됐어요라고 손을 내젓거나 주머니에 넣어온 헝겊 장바구니를 꺼낸다. 세상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데 왜 그런 실랑이를 벌였던가 돌아보면 길게 한숨이 나온다. 결국 법으로 강제해야 의식과 행동은 바뀌는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잠깐 스치기도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하는 편이 낫지 않나하는 개인적인 소감을 갖는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차제에 제안하자면 상자를 포장하는데 사용하는 투명 테이프에도 무언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다 보니 라면이나 과자를 박스채 받게 된다. 택배를 보내거나 받더라도 그렇다. 거기서 뜯어내는 그리고 사용하는 투명 테이프만 상당한 양이다. 돌돌 말아 모아보니 하루에만 배구공 크기만큼 나온다. 전국 편의점과 마트를 합하면 엄청난 양일 것이다. 비닐 재질의 그런 투명 테이프를 다른 재질로 바꾸었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타산해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개 편의점 점주로서 조심스런 제안을 해본다.

어느 외국산 과자를 진열할 때 보면 상자가 늘 종이 테이프로 포장돼 있었다. 그 나라의 법규가 그런가 해 알아보았더니 그건 아니었는데, 그 뒤로 그 회사에 대한 어떤 신뢰 같은 것이 생겼다. 박스 포장을 뜯으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다. 세상에 무언가 작은 기여를 하는 느낌이랄까? 최근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일부 기업에서 비닐 테이프를 아예 없애거나 조립형 박스로 배송하는 이른바 에코 패키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참 좋은 변화라고 칭찬하고 싶다. 우리 딸과 아들이 살아갈 미래도 그렇게 1밀리미터씩 나아질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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