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바이오 명가’ SK의 큰그림

지난 18일 오전 8시 여의도 한국거래소에는 빨간 마스크 군단들이 몰려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이 회사 로고를 각인한 빨간 마스크를 단체로 맞춰 쓰고 나타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손꼽힌다. 이날은 상장식이 있던 날로 주요 관계자들도 빨간 마스크를 착용했다.

주식시장에서 빨간색은 상승을 의미한다. 마침 SK브랜드 로고의 대표 색상도 붉은 계열이다. 그리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이날 개장 전 동시호가에서 공모가의 2배인 13만원에 시초가가 형성됐고, 개장하자마자 상한가까지 치솟아 이른 바 따상기록을 만들어 버렸다.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공모주의 경우 단 하루 만에 따상이 가능하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시작하고 연이어 장이 열리고 상한가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그룹에게 미래성장 핵심기업이다. 빨간 마스크 퍼포먼스가 이를 대변한다. 같은 SK그룹 소속으로 지난해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의 경우 별도의 마스크 퍼포먼스는 없었다. 두 회사는 같은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지만 특이하게도 같은 집안이면서도 지배구조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SK바이오팜의 최대주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그가 지배하는 그룹 지주회사인 SK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지분이 크다. 그가 이끄는 SK케미칼이 지분 68.4%로 최대주주다.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갖고 있고,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지분 29.77%를 보유하고 있다.

어찌됐든 이번 상장식을 통해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시장의 관심이 드높다는 게 확인됐다. SK그룹은 또 다른 바이오 계열사의 기업공개도 준비 중이다. 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 SK팜테코과 혈액제제 전문기업 SK플라즈마 등이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성분별로 분리해, 그것을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이다. 둘 다 성장성과 기술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엠팩 등 3개 법인이 합쳐진 회사다. SK팜테코를 합성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프랑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인 이포스케시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다시 말해 SK팜테코의 상장추진의 신호탄은 아마도 이포스케시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본격화될 걸로 예상된다.

최창원 부회장이 총괄하는 SK디스커버리 계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에 이어 SK플라즈마가 기업공개를 준비 중이다. SK플라즈마는 선천적 면역결핍질환, 혈우병, 화상 치료 등에 사용되는 혈액제제 전문기업이다. 올해 남아메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해외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확실히 SK그룹이 각종 인수합병 추진과 기업공개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SK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이제 막 본격 성장을 시작했다. 사업이 성장기 초입에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바이오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음과 같이 구축했다. 현재 지주회사 SK 안에 신약개발의 SK바이오팜을 두고 의약품위탁생산의 SK팜테코를 양대 축으로 세웠다. 바이오 사업의 두 기둥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 계열에서는 SK케미칼이 관절염 치료제, 혈액순환개선제 등 합성의약품 제약사업을 한다. 이어 이번에 화제의 상장을 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개발 사업을 키울 참이다. 이어 SK플라즈마가 혈액제제사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나열해 보면 최태원 회장이 중심의 바이오사업과 최창원 부회장의 사업이 실상 분리경영체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게 보인다. 이렇게 따로 또 같이바이오 사업을 키우는 데는 SK그룹이 선대 회장때부터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투자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회장이 이끌던 1980년대부터 바이오사업을 시작했다. 1987SK케미칼 안에 의약사업본부를 만들었고 1993년에는 미국 뉴저지에 의약개발전문연구소를 세울만큼 적극적이었다. 이어 경영권을 잡은 최태원 회장도 신약 개발조직을 지주회사 소속으로 두고 힘을 실어줬다. 알고보면 SK그룹은 바이오 名家의 혈통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이번에 큰 화제가 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15년의 투자 기간 동안 무려 4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백신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빌 게이츠재단마저 그 기술력을 인정하고 코로나와 관련된 전염병 백신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한가 행진이 단순한 바이오 사업에 대한 대중적 투자 붐이슈가 아닌, 진정한 인류의 미래생존을 위한 기술개발이라는 점이 드러나길 희망해 본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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