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
풀필먼트사업 서비스 고도화 속도전
‘오늘도착’서비스로 ‘로켓배송’에 맞불
쿠팡 뉴욕증시 상장에 물류 ‘합종연횡’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은 ‘넘어야 할 산’

CJ대한통운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1위 물류기업이다. B2B 물류가 훨씬 많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도 CJ대한통운이란 브랜드는 친숙하다. 일반 택배 시장에서 자주 본다. 옥션,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배송 회사가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이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풀필먼트 서비스란 판매 상품의 입고, 재고관리, 분류, 배송 등 상품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택배 서비스의 수직계열화가 돼 있다는 거다.

일반인들은 당연히 입고부터 배송까지 택배업체가 다 하는 걸로 알지만, CJ대한통운 같이 규모가 있는 곳이 아니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물류시장에선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이 지난해 19000억원이나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년이면 이 시장은 2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초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던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와 6000억원대 주식을 교환하는 혈맹을 맺은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3대 주주가 됐다. 물류업계에선 매우 상징적인 뉴스였다. 네이버의 쇼핑과 결제 그리고 CJ대한통운의 물류가 하나의 흐름으로 완결해지는 구조다. 풀필먼트 서비스가 견고화되는 새로운 시작인 것이다.

 

네이버 36만업체가 잠재고객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는 네이버와 협약을 계기로 그동안 시범적으로 추진하던 풀필먼트 사업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 공동투자 등의 방법으로 협력을 강화할 준비도 추진 중이다. 강신호 대표가 네이버와 한배를 탔다는 건 네이버의 36만개 업체를 잠재고객으로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36만개 업체는 네이버 스토어 등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이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가 손을 잡고 풀필먼트 서비스의 고도화를 하는 이유는 쿠팡 때문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잘 알 것이다. 고객이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송하는 서비스 말이다. 이건 일종의 풀필먼트 서비스다. 쿠팡은 지난 1월 택배사업자 지위를 따냈다. 이게 뭔 소릴까? 일반인은 쿠팡이 택배사업자가 아니였냐고 반문하겠지만, 쿠팡은 이커머스 기업이다. 한때 택배사업자 자격이 있었으나 2019년 사업자 자격을 반납했다. 그러다 다시 지난해 재신청한 케이스다.

쿠팡은 자체 고용한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를 통해 로켓배송 물건을 배송했다. 그래서 우리는 쿠팡이 택배사업을 전문으로 한 거처럼 보이지만, 쿠팡도 이제 막 택배 물동량을 늘리는 와중이다. 이 말은 쿠팡이 네이버와 같이 쇼핑과 결제에 특화해 왔고, 일부 상품에 있어 자체 로켓배송이라는 시스템을 고수해 왔다는 거다.

하지만 이제 쿠팡도 CJ대한통운과 같이 다른 온라인쇼핑몰들의 물량까지 배송할 수 있다.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획득했다. 다른 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이 쿠팡 택배로 오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이걸 ‘3자 물류사업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류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이자 쇼핑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가 혈맹을 맺고 쿠팡의 고속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택배 물동량 규모 면에서 CJ대한통운이 가장 앞선다. 2019년 기준 CJ대한통운 132010만개로 1위다. 이어 쿠팡이 5억개, 롯데글로벌로지스 38760만개, 한진 36885만개 등이다. 쿠팡이 아무리 3자 물류 사업에 나선다고 해도 CJ대한통운과 규모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쿠팡은 정말 무서운 추격자가 될 수 있다. 쿠팡이 최근 뉴욕 증시(NYSE) 상장 추진을 공식화하자 물류업계의 다른 기업들은 충격을 먹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현실로 드러나니 대응전략에 분주해진 것이다. 이건 물류업계만의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쿠팡과 함께 경쟁하던 이커머스 기업들도 물류 기업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앞으로의 서비스를 주목해야 한다. 두 회사는 조만간 로켓배송을 뛰어넘는 오늘 도착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오후까지, 오후 2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물류의 경쟁은 결국 속도차이에서 나온다. 쿠팡이 매년 수조원의 손실을 감내하며 몸집을 키운 부분도 바로 로켓배송이라는 직배송 서비스였다. 결국 소비자들은 쿠팡을 통해 소비하는 습관이 일상화 돼 버렸다. CJ대한통운도 네이버와 함께 소비자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어 한다.

 

위주 글로벌사업 개편 유력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안정화로 쿠팡을 견제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론 고질적인 내부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택배사업에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 말이다. 물류업계 1위 기업이다 보니 CJ대한통운에서 벌어지는 과거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는 상당한 기업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관련해 택배노사와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 이뤘지만 아직 불안정한 상태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연대노조와 노조법상 주체로 인정할지를 두고 소송도 지속하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택배종사자로 구성된 노조의 존재를 CJ대한통운이 인정하고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물류의 경쟁력이 속도라고 앞서 설명했지만, 결국 그 속도를 만드는 건 컨베이어 기계의 속도나 화물차의 속도가 아닌 노동력이다.

증권 업계에서는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 해결은 대규모 비용이 수반된다고 분석한다. 궁극적으로 택배단가 인상을 유력한 해결책으로 꼽는다. 택배노동자의 처우 개선 과제 1순위는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기업이 뽑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택배노동자가 자신의 탑차에 실릴 택배를 실어 날랐다. 단순히 배송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증권 업계는 CJ대한통운이 분류인력을 늘리는 데 매년 최소 55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거라고 예상한다. 단가인상은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 된다. 택배비가 인상되면 대량의 물량이 이탈할 수도 있다. 더 저렴한 택배비용으로 갈아타는 기업고객도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택배노동자 과로사 이슈를 마주한 강신호 대표는 선제적 택배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을 1등 기업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전체 사업구조 개편도 점쳐진다. 재무를 안정화하는 방편이다. 강신호 대표는 CJ대한통운의 글로벌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사업을 재검토 중이다. 글로벌 사업은 매출비중은 높지만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서 수익성은 낮다. 2019년 기준 글로벌 사업의 매출 비중은 42% 정도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1.56% 수준이다. 다른 사업이 영업이익률 3~4%를 달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CJ대한통운은 중국 냉동·냉장 물류 자회사 CJ로킨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CJ로킨은 중국 내 30만평이 넘는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매각 금액은 1900억원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중국에서 CJ로킨 이외에 CJ스피덱스와 CJ스마트카고 등 다른 물류회사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과 대상 국가가 다 다르다.

CJ로킨은 중국 안에서만 사업을 했던 반면 CJ스피덱스와 CJ스마트카고는 세계를 대상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류 업계는 강 대표가 CJ로킨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CJ스피덱스나 CJ스마트카고의 글로벌 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강신호 대표는 중요한 변곡점 위에 서 있고 중요한 사업을 밀어붙여야 한다. 강 대표의 과거 이력을 보면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는 2012CJ대한통운 경영혁신추진실장을 맡아 물류업무와 관련한 이해가 일찍이 깊었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강 대표를 CJ제일제당에서 CJ대한통운으로 옮긴 배경에도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서 수익창출 능력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강 대표의 대표 업적은 CJ제일제당에 몸담은 동안 비비고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글로벌 확산을 이끌었던 일들이다. 그는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CJ제일제당 식품사업 외형을 키워왔다. 이제 CJ대한통운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강 대표는 새로운 성공 이정표를 만들 참이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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