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난관 만난 이정헌 넥슨 대표
사실상 연임, 위기 돌파구 시험대
‘환생의불꽃’운용과정 잘못 시인
논란 관련한 배상·전체보상 제시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 도입

지난 20181월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은 이정헌 넥슨 대표의 임기는 지난 1월 만료됐었다. 이후 공식 언급은 따로 없었지만 사실상 연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1979년생인 이정헌 대표는 2003년 넥슨코리아의 게임 기획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서 게임업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어 2010년 네오플 조종실 실장, 2012년 피파실 실장, 2014년 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업총괄 부사장, 사업총괄 임원을 지내며 사업분야 전문가로 거듭나게 됐다.

여론에서 그를 거론할 때 항상 등장하는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당시 넥슨은 ‘PC 온라인게임 강자’ ‘다양성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업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수많은 인기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해왔지만, 장기 모바일 흥행작에는 늘 목이 말랐었다.

비개발자 출신이었던 이 대표는 그런 회사의 특징을 꿰뚫고, 모바일게임 듀랑고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신작 모바일게임 출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PC 게임 개발도 놓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들로 지난해에만 무려 연매출 3조를 기록했던 넥슨이었기에, 연임을 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연임하자마자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게임 이용자 및 게임업계,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규제여부가 연일 이슈다.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가 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메이플스토리에는 캐릭터 장비 아이템의 능률을 높여주는 추가 옵션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많은 강화 종류 중에서도 추가 옵션 조정 및 강화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논란은 이를 재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큐브 아이템 환생의 불꽃에서부터 시작됐다.

해당 아이템으로는 장비의 추가·잠재능력 옵션을 무작위로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릴 수 있다. 게임 내 캐릭터를 강하게 육성하고 싶은 이용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셈이다.

큐브형으로 분류되는 이 아이템은 유·무료 아이템 간 결합 시 사용할 수 있다. 현행 자율규제 상 캡슐형 유료 아이템에 한정한 확률 공개 권고덕분에, 넥슨은 해당 아이템을 사용했을 때 좋은 옵션이 나올 확률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됐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확률에 대해 거짓말을 해 아이템 획득 기대 수준을 기만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이어갔다. PC방 점유율도 이러한 항의의 일환으로 낮아졌다.

PC방 게임 통계서비스 더로그에 따르면 올해 24주차(222~28) 메이플스토리의 PC방 점유율은 2.80%였다. 전 주 대비 0.45%p 감소한 수치다.

반면 로스트아크는 23주차 PC방 점유율 1.20%였으나 4주차로 오면서 무려 0.58%p 증가했다.

넥슨은 결국 환생의 불꽃아이템 확률 운용 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했고, 지난 5일 큐브 확률을 전격 공개했다. 넥슨은 해당 논란 관련 배상 및 전체 보상안도 내놓았다. 최근 2년 동안 추가 옵션 등 변경을 위해 쓴 재화는 환생의 불꽃 종류와 개수에 따라 환생의 불꽃 A 포인트’, ‘환생의 불꽃 B 포인트식으로 환급해준다. 421일까지 대량의 기간제 아이템을 지급한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보상 대부분의 아이템이 기간제 아이템인 점이 아쉽다” “보상 중에는 과금을 해야만 사용 가능한 아이템이 있어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보상으로 작업용 캐릭터 양산이 쉬워졌기 때문에, 방지용으로 본인 명의임이 인증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큐브 확률을 공개하던 날, 이정헌 대표도 메이플스토리로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직접 머리 숙였다. 이 대표는 넥슨과 넥슨 게임, 그리고 게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으나 저부터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고 사내 게시판에 적었다. 넥슨을 성장시켜준 우리 사회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더는 이용자 목소리에 둔감해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용자들의 볼멘소리는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초의 게임노조 넥슨 노조가 출범했을 때에도, 모바일게임 듀랑고가 실패했을 때에도 사람과 조직을 깊이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 받으며 위기를 헤쳐나갔던 이 대표. 그의 이번 위기 돌파구 제시 방안인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입이 큰 불을 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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