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장 찾는 발길 뚝
비대면 속 대박아이템 급부상
인터넷-특급배송의 '환상궁합'

수산시장에 장을 보러 많이 다녔다. 주로 심야나 새벽시간대에 가야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있다. 특이한 어종이거나 평범한 어종이라도 크기가 각별한 건 이 시간대에 다 팔려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미 산지에서 업장이나 백화점 등으로 직송하는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외하고 경매되는 심야 시간대에 나와서 생선을 보려는 전문가들로 눈치작전이 매섭다. 요새는 코로나로 수요가 줄어서 올라오는 물건도 줄었다. 판매가 안 되니, 생선의 특성상 출어도 뜸하고 당연히 대도시 수산시장에 가는 물량도 감소하게 마련이다. 즉석식, 간편식에 들어가는 대량생산 수산물만 그럭저럭 선방하고 전체적으로 가게에서 쓰는 어종들은 힘들어 보인다. 안 그래도 바다 사정이 나빠진 지 오래돼 출어비도 못 건지거나, 쓸만한 생선이 적었던 것은 오래 된 일이다.

최근,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신박한’ 아이템이 수산시장에서 화제다. 바로 회 배달업이다. 회를 배달한다는 개념이 사실 우리에겐 없었다. 보통 산지에서 오는 경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고(보통 1박2일, 고속버스 택배를 써도 반나절) 올라오는 도중에 변질 등도 걱정이 돼 공급자 소비자 쌍방이 그다지 자신감이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활어나 선도가 보증되는 선어를 중심으로 수산시장을 거점으로 필요한 소비자(가정 등)에게 직송되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수산물 강국이자 회라면 첫째가는 일본의 경우, 가정용 회 소비는 유통 루트가 이미 마련돼 있다. 재래시장의 수산물 소매점(통칭 사카나야), 또는 백화점과 마트를 통해서 아주 질 좋은 생선회가 공급되고 있다. 물론 배달은 드물고 대개 소비자가 직접 산다. 특이한 건 회를 저며서 파는 것보다 필렛 상태로 공급되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회를 가정에서 즐기는 오랜 역사가 있는 일본의 풍습이 만들어낸 케이스다. 가정주부가 직접 칼로 필렛을 저며서 회로 먹는다는 얘기다. 이는, 미리 회를 저며서 팔 경우 아무래도 선도 유지에 어려움이 있는 까닭이다.

코로나로 수산시장 매출도 크게 줄었다. 방문하기를 꺼려하는 경우도 많고, 이래저래 비즈니스가 위축되니 횟집에 가는 사람도 함께 감소했다. 그러나 회를 먹고 싶은 열망은 여전했다. 자, 수산시장은 흔히 회를 떠서 사려고 가는 곳이다. 고객이 오지 않는다. 이때 한국의 장점이 고스란히 접목됐다. 바로 인터넷과 배달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에 이미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이 달랐다. 회 뜨러 오는 고객이 많은 수산시장의 회 전문점들, 여기에 믿을만한 인터넷 사이트가 뭉치고, 시차가 거의 없이 바로 ‘쏴줄 수 있는’ 특급 배송 시스템이 합쳐진 것이다. 작은 차나 오토바이 등을 이용하는 퀵 서비스 망을 회 배달에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산시장의 회를 보통 서울지역의 경우 2~3시간 안에 받아서 먹을 수 있는 망을 구축했다. 오후에 스마트폰을 열어서 주문하면 저녁시간 전에 맞춰서 도착한다. 회의 선도유지도 쉽고, 수산시장까지 가는 시간과 기회비용이 절약돼 크게 인기다.

가게마다 구색이나 생선의 질로 경쟁하기도 한다. 대체로 고객응대에 평판이 별로 좋지 않던 수산시장에서도 나름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장사를 잘하던 집들이 온라인 더하기 퀵서비스 택배 시스템에서도 대활약하고 있다. 이것은 같은 업종에 있는데, 평소 단골관리가 잘 안되던 업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됐다. 좋은 물건을 갖고 있어도 잘 팔지 못하던 업자들에게는 비대면이 오히려 찬스가 된 것이다. 화술도 없고, 손님을 다루는 경험도 없는 이들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상황인가.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는 몇몇 업종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됐다. 배달, 포장지 산업, 인터넷 산업 등이 크게 성장했다.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상장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역시 2020년 코로나 영향이 컸다. 코로나로 고통 받는 산업군, 업종에는 이런 산업의 흐름이 아쉽겠지만 코로나에도 내수를 떠받치는 새로운 판매, 생산방식이 저런 식으로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틈새와 아이디어를 짜내어 어떻게든 버텨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추이가 궁금하지만, 하루빨리 모든 업종이 정상화의 길로 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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