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지향형, 사회문제 해결하며 이윤도 창출
지역특화형, 지역 이슈 관련한 지원이 효과적
협업형, 지자체 등과 전략적 제휴 필수

안대천(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안대천(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지난 10여 년간 경영대학원과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CSR강의를 하면서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전략적 포인트를 도출했다.

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규모나 자금여력, 경영원칙, 사명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의 활동과 비교해 어떻게 하면 작은 규모로도 효과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세가지는 바로 마케팅지향형, 지역특화형, 그리고 협업형 CSR활동이다.

마케팅지향형(Marketing-oriented) CSR활동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동시에 매출이나 시장점유율과 같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2011년 미국의 포터교수가 제안했던 공유가치 창출형 사회공헌활동(Creating Shared Value)과도 맥을 같이 하는데, 예를 들면, 대만의 다아이라는 중소기업은 페트병을 수거해 생산해 낸 화학원료를 사용해 옷, 장난감, 가방 등을 제조, 판매함으로써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에 기여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는 사회공헌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고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1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의 중소기업인 피푸플이라는 회사는 화장실 부족으로 야기되는 제3세계 국가의 수질과 지하수 오염 문제와 여성들이 성폭행에 빈번히 노출되는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고자 1회용 용변봉투인 피푸(peepoo)’라는 제품을 생산, 판매해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의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결과를 얻었다.

두 번째는 지역특화형(Localized) 전략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전국적인 유통망이나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인 인식 확산을 이끌어내고 많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게는 그러한 자원과 자금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막대한 홍보예산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기업이 거점으로 하고 있는 지역에 특화된 사회문제를 선정해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천광역시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전국적인 이슈보다는 인천교향악단이나 지역 내의 어린이병원을 지원하는 캠페인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지원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구체적인 것일수록 효과적이다.

세 번째는 협업형(Cooperative)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자신이 주체가 돼 캠페인을 수행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것은 비단 자금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해당 사회문제와 관련한 대외적인 공신력이 높지 않다는 것도 제한 요소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공익단체나 NGO, 또는 지방자치단체나 행정기관들과 연계하는 것은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다.

또한 지역사회에 국한된 문제를 다루거나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지자체나 행정기관과의 연계 여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지원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의 성격을 명확하게 파악해 전문성을 보유한 공익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기관과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보다 현실적인 방법은 회사가 생각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지원하는 기존의 캠페인에 재정적 후원 또는 물품협찬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여력이 부족한 와중에 CSR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기업사명과 경영철학, 사업영역 등을 모두 고려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회문제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가 위축되는 불황기에는 상대적으로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된다. 자연히 그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기업의 CSR활동은 좀 더 특별한 활동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혜자들에게 미치는 효과 또한 호황기에 비해 크게 나타날 수 있고, 다 같이 힘든 상황에서 전개되는 CSR활동의 진정성 또한 크게 부각될 수 있다. 또한 경제불황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CSR활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 때문에 메시지 노출이나 인식의 확산, 경쟁우위 확보에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적은 노출로도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어찌 보면 중소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일지라도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CSR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 안대천(인하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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