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재량으로 징역형 또는 벌금형 부과 … 처벌 수준도 낮춰
중대재해 발생시 의무준수 입증주체 기업 → 관리감독관청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8개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663만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경영계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8개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가운데)이 “663만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경영계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같은 달 26일에 정부가 공포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은 대형 참사나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산재 예방에 한계가 있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특별법으로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제정된 법안이다. 정부가 126일 공포한 후 1년이 경과한 2022127일부터 본격 시행하게 된다.

1차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50명 미만인 사업장이거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업 공사 건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2024127일부터 법 적용이 이뤄진다. 5인 미만 사업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산재 예방이지만 실제 법안을 보면 사고 발생 시 기업과 경영진을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전을 강화하는 효과 보다는 처벌을 더욱 강화하는 형사처벌 성격의 법안이다.

따라서 중소기업계는 처벌 대상과 범위 그리고 의무규정 등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입법 과정에서 다방면의 노력으로 중소기업계 의견을 반영해 처벌 대상 및 수준 그리고 인과관계 추정(입증책임) 등의 조항에서 개선을 이끌어 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 또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사업주·경영책임자·법인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책임소재를 규명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총 16개 조문과 부칙 등으로 구성됐다. 법 적용 대상은 기업 오너(사업주), 최고경영자(CEO), 안전 보건 총괄담당자 등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실무진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경영진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에는 선박·철도·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시설과 목욕탕 등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사고를 처벌하기 위해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했다.

이에 따라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제조·건설 등 일부 업종은 10인 이상), 사업장 규모 1000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 관련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 관련 입장문을 전달하고 있다.

처벌대상-법인은 대표 제외 가능

다만 중소기업계가 크게 염려하는 처벌대상(사업주, 경영책임자)에 있어 법인의 경우 대표이사를 처벌에서 제외할 수 있는 방안이 열려 있다. 법률에는 처벌대상을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 또는 이에 준한 안전보건 총괄담당자로 명시했다.

중기중앙회는 법인의 경우 안전보건 총괄담당자에게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전권을 위임한 경우 대표이사는 처벌 제외가 가능하다여기서 실질적인 전권이란 예산, 인력, 설비, 운영 관리 등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 무조건 법인대표가 처벌받을 수 있는 기존안을 입법 과정에서 중기중앙회가 별도 관리자가 있으면 법인 대표의 경우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는 처벌 대상 완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처벌수준-징역형 또는 벌금형

중소기업계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부문 중 하나가 바로 극단의 처벌수준이다. 단 한 번의 안전사고로 대표는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범죄는 살인, 아동학대치사, 특수 절도 정도다. 중대재해법에선 기업 경영자가 고의성을 가지고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명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중대재해법의 기존안은 중소기업계를 더욱 옥죄는 처벌 수준을 담고 있었다. 기존안에서는 중대재해시 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형을 명시했다. 중기중앙회는 입법과정에서 처벌 수준의 과도함을 지적하고 이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이후 1월 11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세번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두번째) 등 경제단체 회장들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첫번째)를 찾아 입법 보완을 호소했다.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를 통과한 이후 1월 11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왼쪽 세번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두번째) 등 경제단체 회장들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첫번째)를 찾아 입법 보완을 호소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99%의 중소기업은 오너가 대표인데 만약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원하청 구조 등으로 현장 접점에 있는 중소기업은 당장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준은 기존안보다 완화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제정됐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계가 걱정하는 무조건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 거냐는 우려가 많으나, 제정안에 따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판사가 재량권 하에서 징역형과 벌금형 중 하나를 부과하거나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제정된 중대재해법에서는 도급·용역·위탁시 원청사 책임범위에 대해서도 달라진 점이 있다. 기존안에는 도급사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도 수급인 사업장 전체에 공동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는데 이를 제정안에서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 지배·운영·관리 책임 있는 경우로 제한키로 했다.

 

입증책임-기업에서 정부 책임으로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과 처벌 수준에 대한 부분 이외에도 이번 제정안에서 중기중앙회는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먼저 인과관계 추정’(입증책임) 조항이다.

기존안에서는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이 의무를 다했는지를 입증해야 했지만, 제정법에서는 중대재해 발생시 관리감독청이 기업의 의무 미준수 사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 주체를 뒤바꿨다.

사실 입증책임이 기업에게 있다는 기존안이 통과됐다면 중소기업계에 큰 곤혹이 될 수도 있었다. 중대재해의 책임 의혹을 벗어나고 싶다면 기업이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경영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업의 입증책임 조항이 제정안에서는 삭제되면서 그나마 한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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