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다국적 화학소재기업에 근무할 때였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보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차라리 그 시간에 현대 자동차나 다른 시장을 개발해보라는 지시로 묵살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는 고기능의 화학소재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기업에게는 주요한 수요처가 아니었기 때문에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그 다국적 기업에게는 세계 ‘Top 10’ 주요 고객으로 관리되고 있고 전세계 대부분의 화학 소재 기업이 앞 다투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로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재 해외의존성 탈피해야
이러한 트렌드는 지난 6여 년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주력 사업을 휴대폰, 디지털 기기 등 IT 관련 제품들로 구성했고, 조금이라도 작은 사이즈에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사용 소재에 요구하는 기능들은 점점 높아져 이에따라 고기능성 소재가 새로이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세계 일류 상품 대열에 당당히 들어선 제품을 가지게 되면서 소재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단 한 발만 안으로 들어가 보아도 이러한 세계 최고의 제품 및 부품에 적용되고 있는 소재는 현재까지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휴대폰 만해도 외장 케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부품들에 적용되는 소재들은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된 제품 일변이고 국내의 휴대폰 관련 벤처,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소재를 들여다 일부 가공해 납품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재산업의 특성상 어떤 신규 소재를 개발해 이를 상업화하고 적용하는 단계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과 리소스의 투입이 필수적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소재 원천 기술이 이미 해외의 선진기업들로부터 특허 등의 장벽으로 철저히 보호돼 있는 현실에서 국내 기업이 어떠한 신규 소재를 개발해 상용화하기란 너무 힘이 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의 이면에 감추어진 수많은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성은 지금부터라도 탈피해 나갈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간 소재산업의 낙후된 기업 환경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개선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중소형 사출·가공업 육성을
각 소재 개발 또는 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는 아직도 수입을 하고 이를 이용해 또 하나의 핵심소재를 개발하거나 해당 부품에 적용하고 이를 재수출 또는 판매해야 하는 실정인데 대부분의 정책은 수출기업에만 집중이 된 상황이며 실질적 매출처는 중소형 사출 및 기타 가공 기업이기에 납품 이후의 채권 관리에 대한 어려움 역시 아직 남아있는 실정이다. 또한 원천기술의 안정적 확보와 이후 발전된 개발을 위해 많은 기술 제휴 및 도입에 대한 인식 및 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국이 부품만이 아니라 실질적 소재의 강국 역시 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초 소재의 개발과 개발된 소재의 각 주요 부품 및 제품에의 적용과정에 따른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의 가장 핵심이자 기반을 다지는 소재에 대한 관심은 아무리 지나쳐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 양 석
폴리머스넷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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