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는 中企]
코로나 여파로 체감경기 바닥권
설 자금 평균 2억1490만원 필요
여전히 드높은 시중銀 대출 문턱
김기문, 별도 신용평가기준 주문
금융위에 대출만기 연장도 건의

#사례1 인천공단에서 정밀기계부품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설날을 앞두고 마음이 가볍지가 않다. 코로나 여파로 내수경기가 계속 침체일로에 빠져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챙겨주지 못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면서 새해를 시작했지만 실적개선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사례2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20년 넘게 건어물 상회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 한숨이 잦다. 매일 새벽 가락시장, 중부시장 등 도매시장의 물건을 떼서 하루 치 장사를 준비하는 게 관례인데, 작년부터 장사가 어려워지면서 물건 떼는 날도 띄엄띄엄 이뤄지고 있다. B씨는 장사가 안 되는 날은 카드결제 수수료에 도매가, 용달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다고 하소연했다.

#사례3 경기 지역에서 자동차판금용접업을 하는 C씨는 3월말 종료되는 대출만기 연장 조치 때문에 고민이 깊다. 매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금의 이자상환이 다시 시작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막막한 심정이다. C씨는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연초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지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반월도금산업단지의 한 표면처리업체에서 직원이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반월도금산업단지의 한 표면처리업체에서 직원이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 보다 혹독한 시기를 겪는 분위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수출 경기지표는 그렇게 비관적인 편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수출물량지수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반도체가 선전한 결과였다. 수출물량지수는 지난 9월 전년동월대비 13.4%, 100.1%, 115.6% 증가에 이어 12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주로 반도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화학제품 등 일부 업종의 대기업들이 선전한 것에 힘입은 결과로 대다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체감하는 내수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수치였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78(2015년 기준 100)로 전달(103.09)보다 0.7% 올랐다고 밝혔다. 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179(0.7%)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로 통상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이처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생존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이 호조세를 보여줄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中企 96%, 설 자금난 코로나 탓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114일부터 22일까지 86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결과는 중소기업계가 연초부터 경기악화에 따라 자금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4(38.5%)이 설 자금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사정 곤란원인으로는 판매·매출부진(89.7%) 원부자재 가격 상승(36.0%) 인건비 상승(18.4%) 판매대금 회수 지연(14.8%) 순으로 응답했다.

자금난과 관련해 96.1%의 중소기업이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매년 연초는 중소기업이 납품 대금 지급을 비롯해 설 명절에 앞서 직원 상여금 지급 등 자금 집행이 몰리는 때다. 하지만 중기중앙회의 이번 조사결과와 같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연초부터 기업 경영에 애로가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설 자금 규모는 평균 21490만원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설 자금 중 부족한 자금확보 방법에 대해서는 납품대금 조기회수(45.0%) 결제연기(42.1%) 금융기관 차입(40.0%)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아예 대책 없다고 응답한 중소기업도 10.7%나 차지했다.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도 올해 설 상여금(현금) ‘지급예정이라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지난해(50.1%) 대비 13.4%포인트 감소한 36.7%에 그쳤다. 정액 지급시 1인당 평균 482000원으로 작년 설(624000) 대비 142000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에서 중소기업의 설 자금 악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기업은 자체 현금보유로 이러한 경기 변동을 이겨내겠지만 매출액 변동이 심한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연초부터 자금난으로 인해 시중은행 창구를 왕래할 일이 빈번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의 문턱은 높다. 중기중앙회가 이번 설자금 수요조사를 하면서 금융이용 관련 애로사항 및 지원 요청사항을 모니터한 결과 이율이 너무 높다”, “과도하게 담보를 요구한다”, “대출한도를 높였으면 좋겠다”, “제출서류가 너무 많다등의 응답이 나왔다.

경기도 김포에서 주방용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중 창구에 가면 매출 위주로 심사를 하고, 매출액이 적어지면 대출 연장이 힘들다는 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 중소기업 60.3%가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런 상황이라면 중소기업 상당수가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대출금리 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공공기관 입찰 참여 제한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중소기업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企 80% “대출만기 추가연장 절실

이와 같이 중소기업계에 자금난이 심화되자 중기중앙회는 매출급감으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3월말 종료되는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다시 한 차례 더 추가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와 실무 간담을 갖고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추가 연장 (가칭)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애로신고센터 설치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 연장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중기중앙회가 직접 나서서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게 됐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가 정상치 100을 크게 하회하는 69.3에 불과하다.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 중소기업도 46.3%에 달한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자금경색이 우려되는 만큼 당장 종료되는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추가연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5일에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대출만기연장 의견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8(77.9%)이 대출만기연장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 추가 연장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4.2%)이 정부의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유예 조치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이 조치로 인해 수혜를 받았다는 곳도 45.8%에 달할 만큼 정부와 금융권의 대출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효과도 매우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금융위와 실무 간담에서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소상공인 대상 연 1.5%의 초저금리 이차 보전대출도 추가 연장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차보전대출은 소상공인에게 1.5% 초저금리 이자를 적용하고 나머지 이자는 정부 등이 보전해 주는 대출로 아직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차보전이 중단되면 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

한편 경기도 파주의 봉제가공업체의 대표는 코로나 사태가 과거 IMF외환위기와 비슷한 경제적 손실을 끼칠까봐 걱정이라며 최악의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금융지원을 통해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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