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심사시 핵심 비재무 지표로 자리매김
자사 관련 이슈 발굴, 시장과 소통하는 노력 필수

윤진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
윤진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온택트(ontact) 등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한 변화 중 하나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ESG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비재무적 지표로서, 기업에 발생가능한 위험요인을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점검하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관리, 종업원 안전 등 ESG 측면에서의 관리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그 어느때 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사회 내 CSR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차원에서 ESG 요소들을 점검·관리하는가 하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료구매부터 제품생산 전과정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국내에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ESG 정보 공개가 주로 대기업에게 요구되다 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나 ESG 개선 필요성을 체감하는데 한계가 있던 게 사실이다.

경영에 부담, 하지만 가야할길

실제 국내 상장기업 대상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실시한 ESG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5년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군과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기업군 간 ESG 개선 폭이 자산총액 2조원에서 훨씬 높게 나타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기업경영에 있어 ESG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선 투자대상기업의 ESG 요소를 고려하는 책임투자 규모가 매년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주식형 펀드 위주로 책임투자가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채권, 대채투자 등으로 투자자산군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과 비상장기업에 대한 ESG 정보 공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1월에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전체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발간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ESG 정보 공시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은행권에서도 친환경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 뿐 아니라 대출심사 요건으로 기업의 ESG 수준을 고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본조달의 용이성 측면에서 기업경영에서 ESG 요소들을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 아니라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각국 정보의 공조 노력과 함께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주도하는 온실가스 저감 노력은 국내 중소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예로 RE100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받겠다는 이 캠페인은 가입기업 뿐 아니라 제품의 공급망(supply chain) 상에 위치한 가입기업의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말 국내 대기업 계열사 6개사가 RE100에 가입하였는데 해당 기업들의 협력사들에게도 재생에너지 사용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ESG와 관련한 다양한 시장 환경의 변화는 중소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시각을 전환하여 접근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경쟁우위 요소로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공급망에 대한 CSR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LG전자나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는 협력사 선정 시 제품 안전, 노동, 환경 등의 측면에서 협력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이를 선정 여부에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CSR 관점에서의 공급망 관리 중요성이 커질수록 ESG를 기업경영에 선제적으로 도입한 중소기업일수록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개시 선택과 집중 필요

그렇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ESG를 기업경영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우선은 자사의 핵심사업과 연계된 ESG 이슈를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보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주요 이해관계자가 대기업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파악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핵심사업과 연계된 ESG 이슈를 발굴하고, 그 가운데 고객사에서 중대하게 고려하는 이슈를 파악하여 관련 이슈에 대한 점검 및 개선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ESG 정보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ESG 정보 공개와 관련한 다양한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처럼 다수의 보고 표준에 대응하기란 인적·물적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핵심산업과 연계된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핵심원칙 및 이해관계자인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ESG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SG 경영은 이제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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