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은 추가 심의를 거쳐 별도로 발표할 계획"
업계 "과징금 과도…행정소송 낼 계획"

현대제철을 비롯해 철근을 생산하는 제강사 7개사가 고철(古鐵) 구매가격을 8년 간 담합해 총 3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와이케이스틸, 한국제강, 한국철강, 한국특수형강의 고철 구매 기준가격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총 3000억 8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가운데 4번째로 큰 규모다.

회사별로는 현대제철 909억 5800만원, 동국제강 499억 2100만원, 한국철강 496억 1600만원, 와이케이스틸 429억 4800만원, 대한제강 346억 5500만원, 한국제강 313억 4700만원, 한국특수형강 6억 3800만원 등이다.

이들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지 여부는 다음 주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제강사들 간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이루어진 담합을 적발해 제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철스크랩 구매시장에서 제강사들이 담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해온 관행을 타파함으로써 경쟁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7개 제강사는 2010년~2018년(약 8년) 기간동안 철근 등 제강제품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의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폭 및 그 시기 등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러한 합의는 이들 제강사의 공장소재지(영남권/경인권)별 구매팀장 모임(총 155회, 영남권 120회, 경인권 35회)과 구매팀 실무자들 간 중요정보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철스크랩은 고철을 수집하는 수집상(소상)→수집된 고철을 집적하는 중상→납품상(구좌업체)을 거쳐 제강사에 납품된다. '철스크랩'은 철강제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폐철강제품(폐가전제품, 폐자동차) 등을 수집해 선별·가공처리한 고철로, 철근 등 제강제품(철근, 강판)의 주 원재료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철스크랩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수거되는 것으로 단기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즉시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제강사들은 내부적으로 정한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에 인센티브, 운반비 등을 더한 구매가격을 지불하고 철스크랩을 구매한다.

제강사들은 철스크랩 가격변동 요인이 있을 때마다 철스크랩 구매 기준가격을 변경해 구좌업체에 통보하며 구매 기준가격 변동은 모든 철스크랩 등급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철스크랩 시장은 국내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은 만성적 초과수요 시장으로 제강사간 구매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기준 국내 철스크랩 전체공급량(2만9298천톤) 중 국내 발생량은 77.8%(2만2798천톤)이고, 나머지 22.2%(6499천톤)는 해외에서 수입해 충당하고 있다.  

특정 제강사가 재고확보를 위해 구매 기준가격 인상시 철스크랩 물량이 해당업체에 집중(물량쏠림)되고 다른 제강사들은 재고확보가 어렵게 되어 경쟁적 가격인상이 촉발될 수 있다. 

철스크랩 공급업체들은 제강사들이 경쟁적으로 구매 기준가격 인상시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기대하여, 기대가격 도달시까지 공급을 하지 않아(물량잠김) 제강사의 재고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제강사들은 ‘적정한 철스크랩 재고량 확보’와 ‘철스크랩 기준가격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해 상시 가격공조 및 정보공유의 유인이 매우 컸다. 

다만, 담합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제강사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과 같이 구매점유율이 높고 철스크랩 적치장의 규모가 넓은 상위 제강사의 경우 가격경쟁을 지양하는‘철스크랩 기준가격 안정화’에 우선 순위를 뒀고, 구매점유율이 낮고 적치장의 규모가 협소한 중ㆍ소형 제강사의 경우 ‘철스크랩 기준가격 안정화’라는 큰 틀에서 ‘적정한 철스크랩 재고량 확보’에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를 뒀다.  

공정위 조사 결과 7개 제강사는 2010∼2018년 철근의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고철) 구매 기준가격의 변동 폭과 그 시기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이 담합은 현대제철 주도로 공장 소재지에 따라 영남권과 경인권에서 이뤄졌는데, 7개사가 모두 참여한 영남권과 달리 고철 초과 수요가 적은 경인권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만 참여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영남권에서 7개 제강사는 2010년 6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고철 구매팀장 모임을 총 120회(월평균 1.7회) 하면서 고철 구매 기준가격을 kg당 5원씩 내리자고 하는 등 변동 폭과 조정 시기를 합의했다.

공정위 부산사무소가 2016년 4월 현장조사를 하자 이들은 구매팀장 모임을 자제하고 공정위 본부가 현장조사를 한 2018년 2월까지 실무자들이 가격 관련 중요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제강사 구매팀장들은 모임 예약 시 '오자룡', '마동탁' 등 가명을 쓰고 회사 상급자에게도 비공개로 진행하며, 법인카드 사용을 금지하고 현금만 쓰는 등 보안에도 각별히 유의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경인권에서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2010년 2월∼2016년 4월 고철 구매팀장 모임을 월평균 1회씩 총 35회 하면서 가격을 짰다. 이들은 2016년 4월 이후부터 공정위 본부가 현장조사를 나가기 전까지는 실무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어갔다.

이에,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7개 제강사에 대해 총 3000억 8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번에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은 퀄컴(1조300억원), 6개 LPG공급사 담합(6689억원), 호남고속철도 관련 28개 건설사 담합사건(3478억원)에 이어 액수로는 4번째로 크다.

공정위는 또 향후 행위금지명령, 정보교환 금지명령 및 최고경영자·구매부서 임직원 대상 교육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을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것은 다음 주 전원회의에서 추가로 심의하고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기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 건도 현대제철 주도로 이뤄졌는데, 상위 사업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업자들이 기존의 관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된 제강사들은 과징금액에 대해 공정위 측에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충분한 소명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과징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행정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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