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겨울. 대신 강추위가 강변과 호수를 얼음나라로 만들어 겨울을 대변해주고 있다. 볼과 손을 꽁꽁 얼어붙게 만드는 매서운 바람. 산골 깊숙한 곳에서 표독스럽게 불어대는 바람을 막아대기도 지친 듯, 힘겹게 호수에 얼음나라를 만들었다. 길고 긴 겨울밤, 하루하루 쌓아 올린 얼음 층은 호수에 발을 내딛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두터워졌다. 아침 햇살이 비칠 때면 썰매와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들고, 어느새 얼음호수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장으로 변했다. 엉덩방아 치는 칼날 같은 얼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즐거운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북단, 군부대가 많은 화천군. 그래서일까? 선뜻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통행 많지 않은 2차선 도로는 한적한 겨울 여정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가는 길에 만나는 ‘솔저 가든’, ++부대 환영이라든지 하는 글귀가 쓰인 간판도 이색적이다. 이곳에는 겨울이 되면 반짝 관광객들의 인파로 출렁거린다. 바로 산천어 축제(1월7일~31일까지)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3회째로 연륜은 짧지만 찾는 이가 많은 성공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에서는 화천읍내를 끼고 도는 화천강 강변에 밤새 물을 뿌리면서 얼음장을 만들었다. 물론 낚시대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산천어 방류도 잊지 않았다. 빙판을 구역별로 나눠 얼음낚시대회, 됐타기, 얼음축구장 등 무료로 썰매를 빌려주기도 하고 볼거리로는 얼음성, 눈 조각, 이글루 찻집, 섶다리, 구름다리, 봅슬레이 체험코스, 얼음나라 도깨비굴 등 다양한 체험현장을 만들었다.
특히 루어낚시는 인터넷으로 예약접수한 사람들만 유료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미 방류된 산천어를 다량으로 잡아낸 사람도 여럿. 낚시가 아니더라도 썰매 타는 것만으로도 하루해가 진다.
축제장의 즐거움에 취해 정작 인근하고 있는 붕어섬 낙조를 놓치는 사람이 많다. 화천강 한가운데에 있는 붕어 섬은 춘천댐 담수로 인해 만들어진 작은 섬. 군에서 섬을 관광화 시킨 것. 섬을 잇는 다리에는 붕어 조각이 만들어져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수로 옆으로는 난 자전거로 도로는 주로 군내 사람들이 산책로로 이용한다. 그래도 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장승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장승 사이로 군인장승의 얼굴이 처절하게 표현돼 있다.
군사지역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는 이 지역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장승이지만 전쟁의 상흔이 느껴지는 표정이 안쓰럽다. 어쨌든 이 섬은 드라마나 영화 등의 촬영지로도 이용되며 무엇보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호반으로 떨어지는 낙조다. 강변 낙조는 아무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산에 가려진 강변에서는 낙조를 볼 수 없고 일찍 해가 떨어지는 곳이 많지만 이곳은 아름다운 낙조 감상지다.
호반을 붉게 물들이고 떨어지는 해거름은 바다에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검푸르게 변한 호수 위에 일렁이는 물결 따라 붉은 그림을 그려내는 낙조는 여행의 백미다. 칼바람에 눈물이 나는 것인지, 아름다운 해거름에 눈시울이 적셔지는 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다. 산 속 겨울에 불어대는 바람조차 따뜻해지는 것은 여행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보석이다.
■대중교통 : 동서울, 상봉동터미널에서 춘천 경유 화천행 시외버스 이용. 화천읍-파로호행이나 간동면행 시내버스 이용. 문의:화천 시내버스 터미널(033-442-2902).
■자가운전 : 춘천에서 춘천댐 쪽으로 가면 화천 가는 길과 연결된다. 또는 춘천 소양댐 인근에서 배후령 고갯길을 넘어서도 된다. 간척리에서 오음리 방면으로 들어서면 파로호반 드라이브와 연계할 수 있다.
■별미집과 숙박 : 축제장에 음식점 포장마차가 여럿 있다. 또는 파로호 쏘가리회나 매운탕이 괜찮다. 숙박은 민박해야 되고, 장급 이용하면 된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 평화의 댐과 파로호반 드라이브
화천에 들러 보편적으로 연계하는 코스는 평화의 댐이다. 추운 지방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길목엔 하얀 눈이 덮여 있다. 해산령 고갯길의 음지에는 곳곳이 빙판 길. 정작 가는 길의 노고로움에 비해 평화의 댐은 볼거리가 없는 곳이다. 대신 비목공원, 수하리낚시터, 비수구미계곡 등 관광지가 있다. 그 외 화천을 대표하는 파로호반 드라이브도 함께 연계하면 좋다.

◇사진설명 : 칼바람의 매서운 날씨지만 썰매타는 것만으로도 하루해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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